제대로된 '권위'를 발휘할 수 있을까?

어른들은 18세인 우리들을 미래의 세계로 이끌어주어야 했다.

by 이호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 20대 풋풋한 사회 초년생이 합류했다.

그에게 나는 어마어마한 사회 선배이자, 나이가 주는 권위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제대로된 권위를 발휘하고 싶어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중 어른과 권위에 대한 부분이 떠올랐다.

"18살인 우리들은 어른들의 말을, 이들이 가진 권위를 믿고 싶었다. 그들이 지닌 권위는 우리 마음 속 깊은 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우리의 친구가 처음을 죽는 것을 보자 우리의 확신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나는 소설에 나온 어른들을 닮지 않고, '정직한 권위'를 발휘하려고 한다.


프로젝트에 20대 초년생이 합류했다.

그에게 나는 어쩌면 어마어마한 사회 선배일 것이다.

나이가 주는 무게, 조직에서 버텨온 시간,

그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실패아 타협의 기록들.

그 앞에서 나는 어떤 어른이어야 할까?


대학시절, 언론계의 권위자인 교수님께 발탁되어 기자 준비를 했었다. 그 시절 나는 그분의 권위를 신봉하고 인간적으로 매우 존경했다. 그분이 나를 인간적으로 진정으로 아껴주시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교육의 기회를 주신다고 믿었다. 교수님의 선의에 대해 의심없이 믿고 싶었다.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다. 내가 낙방하자 권위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분은 알고보니 기자양성이라는 본인의 목표가 중요했던 것이었다. 기자가 된 친구들과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 달라졌음을 느꼈다. 나를 자신의 목적 달성이라는 '수단'으로 본 것이지 인간적으로 아껴준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권위자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환멸이 느껴졌다.


그 시절 우연히 읽었던 책이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였다. 주인공 파울 보이머가 소년병(18세)으로 어떻게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속으로 들어왔는지 묘사하는 부분이 참 와닿았다.


"칸도레크는 우리 담임선생이었다. 체육 시간에 우리에게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더니

급기야 우리 반 친구들을 모조리 이끌고 자원 입대 하게 만들었다"


파울보이머는 나라를 위해 충성해야 한다는 권위자(담임선생님)의 말을 믿고 소년병이 되었으나, 처참한 포화속에 친구들이 죽는 것을 보고 환멸을 경험한다.


전쟁을 겪은 파울은 결국 어른들이 자신들보다 나은건, 상투어를 사용하고 일을 조금 더 능숙하게 처리할 뿐이라며 허탈함을 토로한다.


"어른들은 18세의 우리들을 성인 세계와 중개해 주고 이끌어 주어야 했다. 미래의 세계로 말이다. 때때로 우리는 이들을 조롱하기도 했고, 이들을 속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을 이들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귄위라는 개념은 우리 마음속에서 더 깊은 통찰 및 인간적인 지식과 결부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동료가 처음으로 죽는 것을 보자 우리의 확신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포화를 맞으면서 그들에게서 배운 우리의 세계관이 무너지게 되었다."

- 열린책들, 서부전선 이상없다 中에서 -


어느새 새월이 흘러 조직에서 어떤 이에게는 '권위', '어른'의 위치에 왔다.

나는 그 소설속의 어른들을 닮고 싶지 않았다.


권위란

앞에서 명령하는 힘이 아니라

뒤에서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의 결과를 함께 감당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신뢰를 소모하지 않는 사람.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에게 '정직한 권위'의 모범이 되고 싶다.


이런 다짐을 해본다.

1. 나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거짓 권위를 발휘하지 않겠다.

2. 그들의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겠다.

3. 정직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겠다.

4. 그들의 믿음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

5. 지갑은 열고, 입은 닫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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