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물을 사랑하듯 존재만으로 사랑하는.
ㅡ일요일에는, 바다 같은 사랑을ㅡ
지하철 유리문에 붙은 시 한 편을 만났다.
바쁘게 지나가던 평일의 속도와는 다른 문장이었다.
“바다가 물을 사랑하듯,
그렇게 당신을 사랑한다.”
바다가 물을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
물 없이 바다는 존재할 수 없는데.
그러니까 그 말은 이런 뜻일 것이다.
당신은 나의 조건이 아니라,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이유라는 뜻.
평일에는 자꾸만 증명하려 든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인지,
제값을 하는 사람인지,
이 조직 안에서 밀려나지 않을 사람인지.
하지만 일요일만큼은
그런 증명 없이도 존재해도 되는 날이면 좋겠다.
바다가 굳이
“나는 바다다”
말하지 않아도 바다인 것처럼.
오늘은
누군가를 조건없이 사랑하듯
나를 조금 느슨하게 두어도 되는 날.
애쓴 것은 남고,
남은 우리는
잠시 파도 소리만 들어도 되는 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