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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ul 06. 2023

사는 이야기


벌써 며칠째

우울하고 사는 게 재미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아이들이 저녁을 먹는

식탁 끄트머리에 앉아

혼자 소주를 마신다

한 병을 다 비울 때쯤에서야

흥얼흥얼 노래가 나온다

지나가던 동생이 내게 묻는다

술 마시니까 행복하냐?

, 복해


2011년 5월 6일 금요일




난 어제도 술을 마셨다. 캔 맥주 하나를 마시고 잤는데 일어나려니 몸이 잘 안 움직인다. 허리가 아프고, 뻑뻑한 손가락 관절에 묵직하고 우리한 통증이 느껴진다. 멍석말이를 당하면 이런 느낌일 거라 생각하며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이 놈의 술.


음주 뒤에 오는 숙취의 괴로움을 알면서도 요즘 술 생각이 자주 나고 눈에 띄면 마시게 된다. 20대와 30대 죽자고 술을 먹을 때는 적당한 순간에 잔을 내려놓은 것이 가끔 어려웠다. 그런 날은 어두운 길 위로 나의 몸이 구르고 나의 생도 덩달 정처없이 굴러갔다. 원하는 방향이 없었으므로 뭔가에 채이는 대로 어디로든 굴러떨어졌다.


그 시절 술은 나의 그림자를 위해 헌신했다. 주눅들고 억눌렸던 감정들이 금기의 사슬을 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필경 돌았지 싶게 까불다 화를 내고 결국 자기설움에 눈물을 쏟는 제 3막의 공연의 끝나야 그림자는 돌아갔고 의식은 너덜너덜해진 로 새 날을 맞았다. 술에게 사죄하고 싶은 날도 더러 있었다 .


밖의 일이 없어지고 건강 나빠지면서 저절로 술과 멀어졌다. 가끔 집에서 혼자 홀짝거리던 것도 작은동생이 죽고나서 그만 두었다. 그렇게  끝났나 싶었는데  허한 마음 한 켠에  술이 다시 들어와 앉았다. 긴 시간 죽었니 살았니 하면서도 열심히 도를 닦아 지금 손발이 묶여 터지기 직전인 감정은 없지만, 뜻밖에도 분노와 슬픔, 그 자들과 적당히 내외를 하기 시작하면서 살아갈 힘이 사라졌다.


이제 술은 욕망의 물꼬를 터줄 해방군이 아니라 친절하고 재미난 친구가 되어 나의 생기를 진작하고 말라붙은 낭만에 미스트를 뿌려준다. 허허로운 마음에 잠시 온기가 돌고 까닭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몸이 부실해 적은 양만 마셔도 효과는 최대치. 하지만 아쉽게도 궁상스럽게 늙어가는 이 몸이 숙취로 눈을 떠서 할 수 있는 것은 곡소리뿐이다.


술로 자신을 지우고, 남편을 지우고, 그것들을 지웠다는 사실을 지워버린 어느 소설의 주인공떠올랐다.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 먹겠지. 머지않아 강제종료를 당하겠지만, 그 괴로운 술병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기 전에 마음의 공허를 채울 뭔가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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