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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21년 9월 18일

by 지석

그의 눈은 쉼이 없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풍경에서 그의 눈동자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머물렀다가, 그보다 조금 아래로 내려와 시멘트와 벽돌로 둘러쌓인 조그만 흙 더미에 피어오른 풀과 꽃에 초점을 맞추었다. 허공을 바라보다가도 무엇에 반응을 했는지 동공이 잠시 커졌다가 줄어들었다. 지나가는 차에 그의 고개가 눈동자의 방향에 맞추어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갔다. 그 다음에는 4차선 도로의 건너편 건물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듯 했다. 창문을 보다가, 창문의 가장자리를 보다가, 건물 외벽에 붙은 매연에 변색된 위아래로 길죽한 직사각형의 회백색 타일들을 하나씩 세듯이 보다가, 건물의 1층 닫힌 열쇠집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았다. 불이 꺼진 유리창 바로 앞에서 지켜보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새벽이 아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시간이었더라면 그는 이곳에 앉아 하루종일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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