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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Mar 26. 2024

3. 게으름은  본능이다.

3번 여황제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자신이 안전하기를 원할 것이다.

위협에서 벗어나고 극복하려 ‘진화’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니까.

목이 길어 슬픈 기린도 나름의 이유로 목이 길게 진화했고, 다리가 있어 바다에서 자유로이 살았던 뱀은 더 이상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만 살면서 다리 없이 진화했고, 곤충들이 크기가 작아진 이유도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고자 본능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인간은 안전하길 바라는 심리가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주지 않도록 몸이 편안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뇌가 반응한다.


그것이 바로 게으른 상태로 만드는 본능이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두려움,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뇌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위험한 일로 감지하여 시도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감정에는 설렘도 있다.

두근거림, 그것을 우리는 설레는 감정으로 여기기도 해서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첫사랑을 만나듯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그것이 실제 사람을 만날 때도 적용되어 늘 새로운 사람을 원하고 갈망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꺼리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따라서, 본능이란 것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향으로 생각을 틀어서 활용하느냐에 따라 본능에 지배되거나 본능을 지배할 수도 있다.



나는 내 모습을 가꾸는 것만큼은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30대가 지나면서부터 그 생각이 달라졌는데 이유는 살이 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살이 찌기 전에는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잘록한 허리에 가슴이 커서 다들 부러워하는 몸매였는데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던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로 꾸미고 다녔고 웬만한 스타일은 다 소화해 낼 수 있었던 덕분에 별명이 “동대문 이효리”였다. (한창 동대문에서 의류 판매 직원으로 일했을 때의 별명이다)

149cm의 작은 키였지만 발목까지 오는 롱 원피스가 잘 어울려 즐겨 입고 다녔고 키가 작고 크고 상관없이 주변 언니들이 내 스타일을 따라 할 정도로 패션 감각이 남달랐고 나를 따라 하려는 사람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으니 항상 나를 가꾸는 일이 얼마나 즐거웠겠는가.

그런데 살이 찌기 시작하니 점점 더 편한 옷을 찾게 되고 운동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30대 중반부터는 운동하는 것마저 게을리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거다.

그저 그때 몸매에 입을 수 있었던 옷이 많았고, 다양한 패션으로 나를 치장하고 가꾸면 사람들이 부러워하거나 좋아해 주니 그 반응을 즐겼던 것뿐, 부지런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더 나를 방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의 게으름은 결국 내가 방관해서 게으름에 지배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게으른 본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나 자신을 방관하지 않는다면 본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그 본능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재미난 사실은, 최근 붐이 된 것이 “갓생 살기”하는 사람들도 본능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사실이다.

오래도록 누워만 있으면 욕창이 생기고 진물이 나거나 피부가 괴사 한다.

그래서 뇌는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지 않도록 몸을 움직이게 하는데 최근 팬더믹 사건으로 인해 원치 않던 이들마저도 게으른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전 세계인이 겪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며 따라야 했고, 그것이 나를 지키기 위함이었으나 결국 신체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소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감정적으로도 우울해지고 살이 쪄서 몸이 무거워지고 의욕이 사라지니 어떤 것에도 욕망이 생기지 않고 감정은 점점 메말라 가기 시작하여 아무것도 하기 싫은 돈만 버는 거지의 삶을 살기 시작했으니 게으른 본성을 싫어하던 사람들에겐 지옥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능이 집에서도 최대한 움직일 수 있고 집에서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라 소리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뇌는 그렇게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열정적이지도, 지나치게 게으르지도 않은 적정선을 지키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이 ‘나’이기에 내가 통제하고 다스리는 만큼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의지 하나면 됩니다. 의지는 우리의 정신적 능력으로서 우리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의지는 성공에 주파수를 맞출 거고 필요한 모든 것을 끌어당길 겁니다.”

로켓을 만든 브라운 박사가 한 말이다.

본능을 어떻게 다스리냐 묻는 이들에게 딱 필요한 대답이지 않은가.

그리고 “인생에 후불은 없다. 내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오늘 미리 값을 치러야 한다.” 손흥민 선수가 한 말이다.

의지도 결국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의지를 쓰기 위한 값을 치러야 한다.

내가 먼저 움직이고 행동해야 의지는 슬금슬금 올라와 얼굴을 내비친다.


그런데 얼마나 비싸게 구는지 종종 들어가 숨어 버리기 일쑤다.

의지가 숨지 않고 계속해서 나와 함께 해주면 좋겠지만 게으름의 힘도 만만치 않아서 둘이 주거니 받거니 싸우다 결국 내게 불똥이 튀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놓아버리거나 나에 대한 분노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만큼 꺼내 쓰기도 쉽지 않지만 다루기도 힘든 것이 이 의지란 놈인데 혼자서 이놈의 의지를 다루지 못하겠다 싶을 때 주변 사람에게 SOS를 치는 것이다. (지인, 조언자, 협력자 누구든 상관없다)

사람이 셋이면 그중에 한 명은 스승이 된다는 말도 있다. (유튜브 ‘게티타로’ 리딩 中)

게으름이 막강한 힘을 지녀 의지를 갉아먹으려 할 때 의지의 힘을 길러주고 끌어올려 줄 수 있게 활력소가 되어 줄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 단 한 사람도 나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없다면 인맥 관리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내 주변에 나만큼 게으르거나 혹은 더 의욕 없이 사는 사람들만 있다면, 그동안 내가 잘 살아온 것이 맞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아파서 집을 나가지 못해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대이고, 시간대 상관없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시대다.

또한, 사람들의 일화를 들으며 정보도 얻고 필요한 지식이나 비법 등을 공유받을 수 있는 시대에 내 의지를 복 돋아 주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게으름이 나를 지배하는 것보다도 암울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마저도 게으른 본능이 당신을 지배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핑계로 넘겨 버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당신의 시간은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억만장자도 살 수 없는 것이 시간인데 인생에 시간보다 비싼 것이 있을까.

건강도 사람도 재능이나 재력도 노력하면 가질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그 누구도 살 수 없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일어나 부지런함이 부족한 나를 끌어당겨 줄 의지를 찾고, 그 의지를 찾아 줄 ‘사람’을 찾아라.

사람 없이 성공할 수 없으니, 대인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신뢰를 쌓아 신임을 얻어야 한다.

사람이 곧 자산이고, 그 자산이 비싸게 구는 의지를 같이 끌어올려 주면 더 이상 게으름이란 본능에게 지배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게으른 본능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아직도 '살'과의 전쟁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던지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부탁을 남기려 한다.

이 글을 다 읽었다면 댓글로 나에게 혼꾸녕 좀 내주기를.

정신 좀 차리고 음식 앞에서 무너지는 나약함 따위에서 벗어나라고 혼꾸녕 내주기를 부탁한다.


'댓글 알람 울릴 때마다 혼꾸녕 나면 정신 좀 들란가'


【마법처럼 힘이 되는 한 소절】

시간이 흐르고 나이 들어감을 두려워 말고
지혜로움을 쌓아가지 못하는 시간을 두려워하라.

무성하고 풍성한 가지들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나의 가지들로 누군가를 찌르게 될 것을 걱정하라.

흔들리고 무너지는 자아에 기죽지 말고
다시 일어서지 않으려는 자아와 맞서 싸워라.
작가의 이전글 2. 손은 제2의 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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