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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Apr 23. 2024

내 일상에 브런치 스토리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천재 작가님에게 임무를 하달받은 바로 그날, 연제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입 했다. 주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서면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직접 사거나, 북 카페 같은 곳에 놀러 가서 차 마시며 책 읽기만 했고, 등록이 필요치 않았던 지하철 안에 있는 서점에서 읽다 나오기만 해서, 책을 대출받아 읽어 본 적은 없었다.

가입 후 바로 천재 작가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도서 신청 하려고 하니, 직접 와서 정규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단다. 급한 부분만 처리하고 집을 나섰는데 그냥 비만 좀 내리나 했더니 비바람이 너무  거세서 줄행랑치듯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한복만 입는 나에겐 특히 외출이 더 힘든 날씨다.)

 다음 날도 비가 왔고, 다음 날은 연제 도서관 휴관. 드디어 오늘 아침에 해야 할 부분만 후딱 해치우고 연제 도서관을 향했다.

 걸어서 20분 거리, 음~ 좋다. 딱 운동 삼아 걸어가기 적당한 거리다. 거의 다 와 갈 때쯤 운동 삼아 온 것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가파른 구간이 나왔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도 땀이 났다.

천재 작가님 덕분에 이렇게 운동도 한다. 허허.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주신다. 덕분에 하달받은 임무를 잘 완수하고 혹시나 내가 구독한 작가님들 중 출판한 분이 있는지 프로필을 전부 확인했다. 도서 출판한 분들은 더러 있었으나 연제 도서관에 있는 책은 유일하게 김제호 작가님의 '낀대리 김대리 그대로 견디리'만 있었다.

 아쉬우니 이 책과 더불어 읽을만한 책을 살펴보니 잘 읽지 않는 소설책 제목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짧은 소설이니 2주 안에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소설집 한 권과 한글 코너에서 두 권을 집어 총 네 권을 들고 가까운 스벅으로 왔다.




 3월 20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21일 첫 글을 올렸다. 35일 밖에 안 되는 기간이지만 어느새 내 일상에 '브런치 스토리'는 슴며들었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여행도 다녀보고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서서 볼 수 있게 되고, 가상 인터뷰를 통해 잊혀 가는 사람들을 만나도 보고, 사진 속에서 향기를 느끼기도 하고, 글에서 온기를 느끼기도 하며 활력을 얻기도 한다.

 

 4월 6일에는 경주 벚꽃 마라톤에 나갔었는데, 첫 도전이었고 발가락 수술이 잘못되는 바람에 무릎과 발목, 골반과 허리 위로 쭉 휘어져 있어서, 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래 걸으면 아플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병원에서는 뛰기를 말렸지만, 이미 고통을 견디며 살고 있는데 고작 그런 말에 포기할 내가 아니었으니. 남들에겐 별 거 아닐 5K를 최선을 다해 뛰었다.

열심히 뛰고 오니 간식을 잔뜩 준다. 그런데 비닐 속에 익숙한 빵이 눈에 보인다. 단팥빵이다. 천재 작가님이 좋아하는 단팥빵.

 대회 나가기 불과 며칠 전에 천재 작가님의 글을 보며 이미 두 차례나 '단팥빵'과 관련해서 댓글을 남겼던 참이다. 그런데 바로 얼마 뒤 이렇게 마주하니 어찌나 반갑던지.

내가 돈 내고 직접 사 먹지 않는 빵인데, 이날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인생은 참 다양한 곳에 선물을 배치해 두는 듯하다. 꼭 보물찾기 놀이하듯. 아픔이 있으면 반드시 대일밴드 역할이 되어 줄 소소하고 작은 선물일지라도 대일 밴드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그런 선물 말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예쁘게 놓아주기 위해 '은진이'가 홀로 이겨내 온 성장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아무리 극복하려 해도 또 아무리 괜찮은 척 해도 이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잊지 마" 말하는 듯 붙잡는다.

 그래서 은진이가 얼마나 예쁘고, 다정하고, 지혜로운 아이였는지 세상에 고스란히 알려서 은진이가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로지 은진이만을 위한 연제를 시작했다.

더 이상 은진이를 외면하지 않겠노라고, 은진이 네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그렇게 내가 나의 상처를 억지로 괜찮은 척하며 파묻는 짓을 멈추기로 다짐한 오늘. 날씨는 꾸무정하고 바람도 거세게 불지만, 은진이에겐 첫 태양이 비춘 날이기도 하다.


은진이를 기념하는 날이자, 처음으로 도서 대출도 받아보고, 브런치 스토리에서 알게 된 작가님이 애정을 쏟아 쓴 소중한 아이를 내 손안에 품어 본 날이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이기도 한 오늘. 오늘 참 마음이 복잡 미묘한 그런 날이다.

 연제가 끝날쯤이면, 은진이의 성장 일기를 통해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혼자 서는 법'을 얻어가고, 은진이도 가벼운 걸음으로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잘 보내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은진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걸 알리겠노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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