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 8주차 여영추 <Jennifer's Body>
제목부터 포스터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가져온 것은 이만한 괴물이 없기 때문이고, 모든 추천이 그렇듯 저만 알기 아쉽다는 마음에 고민 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만큼은 국내 개봉 제목 대신 원제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쯤에서 본격적인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여영추’하는 작품은 바로 <Jennifer’s Body>입니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제목은 <죽여줘! 제니퍼>입니다. 제가 굳이 원제로 소개드린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오랫동안 대신 말해지거나, 침묵 속에 머물러야 했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혹은 괴물은, 더 이상 누군가를 통해 말하지 않습니다.
<Jennifer’s Body>는 국내 개봉 당시, 주연 배우인 메간 폭스를 앞세워 선정성과 공포를 강조한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페미니즘 관점에서 재조명되며 ‘컬트 호러’이자 ‘페미니즘 영화’로 새롭게 읽히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악마에게 빙의된 여고생 제니퍼가 남학생들을 유혹해 살해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공포와 스릴러의 외피 아래 여성의 욕망, 질투, 주체성, 그리고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괴물에 대한 논의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시옹 개념,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 관점을 통해 다시 보게 된다면 이 영화는 여성 욕망의 귀환과 전복의 서사로 해석됩니다.
크리스테바는 혐오스럽지만 우리 자신과 너무 가까워 도저히 분리해 낼 수 없는 존재를 ‘아브젝트’라고 설명합니다. 피, 배설물, 죽은 육체, 여성의 신체와 어머니의 육체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하며 이들은 인간이 구축해 온 경계―생과 사, 주체와 타자, 자아와 비자아―를 흐리는 존재들입니다. 영화 <Jennifer’s Body>의 제니퍼는 이 ‘아브젝트’의 형상을 잘 보여줍니다. 인기 있는 치어리더였던 제니퍼는 유명세를 좇는 남성 밴드의 제물로 희생되었다가 악마의 힘으로 되살아납니다. 그 후 제니퍼는 욕망을 품은 남성들을 유혹하고, 잡아먹습니다. 이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묘하게 매혹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처럼 혐오와 매혹의 경계, 그 사이의 태도는 아브젝시옹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입니다. 관객은 불쾌함 속에서 끌리고, 끌리면서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렇게 제니퍼는 우리 안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무너진 경계에서 우리는 우리가 외면해 온 욕망과 분노, 그리고 괴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니퍼는 이처럼 혐오와 매혹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감각의 경계를 흔들 뿐 아니라, 여성 괴물에 대한 기존의 상상을 뒤집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프로이트는 여성을 ‘거세된 존재’로 보았으나, 바바라 크리드는 이러한 시선을 비판하며 공포영화 속 여성 괴물이 오히려 남성을 위협하고 질서를 전복하는 ‘거세하는 존재’로 재현된다고 주장합니다. <Jennifer’s Body>의 제니퍼는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제니퍼는 남성의 시선 속 ‘희생자’가 아닌 복수를 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남성의 욕망에 의해 희생된 이후, 제니퍼는 그 욕망의 근원을 정면으로 파괴합니다. 제니퍼는 여성 괴물이 남성에게 거세의 위협을 가하는 능동적인 캐릭터로 재현되며, 이는 여성을 본질적으로 희생자라고 보는 가부장적 시선에 정면을 도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또 다른 인물은 제니퍼의 친구 니디입니다. 니디는 제니퍼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인물이자, 결국 그녀를 죽이고 살아남는 또 다른 괴물입니다. 결말부에서 니디는 복수를 위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던 밴드를 찾아 나서며 마치 제니퍼의 힘 일부를 상징적으로 이어받은 듯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피해자의 서사를 넘어, 여성의 주체적 서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괴물은 죽었지만 괴물이 남긴 힘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 힘은 생존자에게 전이되며,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로 다시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Jennifer‘s Body>를 단순히 '메간 폭스가 나오는 공포영화'라고 말하기보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 특히 '여성 괴물이 나오는 공포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괴물은 본래 억압당했던 것들의 회귀를 상징하며 이 영화에서 제니퍼는 그 회귀의 주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포는 곧 경계의 붕괴이며, 그 경계가 가부장제의 것이라면, 그 공포는 해방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여성괴물을 통해 가부장제의 허상을 찢고 나온 이야기이자, 침묵해 온 여성들이 괴물이 되어 목소리를 갖게 되는 순간을 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를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취향이 아닐지라도, 이런 괴물 한 번쯤 마주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