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이겨내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만 보고 싶다

2025-1 3주차 여영추 <고스트 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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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이겨내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만 보고 싶다. 여성의 현실을 잘 녹여내 기존의 사회 구조나 가부장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이야기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영화는 보고 나면 좀 우울하다. 안 그래도 현생이 힘들 때는 그런 영화를 별로 안 보고 싶지 않은가?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폴 페이그. <스파이 (2015) >와 <고스트버스터즈 (2016) > 중 오늘은 <고스트버스터즈 >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불편함 없이 상업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요즘은 그나마 좀 괜찮아졌지만, 예전에는 무언가 하나씩은 불편함이 있는 채로 영화를 보곤 했다. 남자만 잔뜩 나오는 남성연대 영화, 여성 캐릭터를 그저 남자의 아내, 딸, 혹은 섹슈얼한 존재로 소비하는 영화(특히 범죄 영화), 여성은 섹시 다이너마이트 사이드킥에 그치는 히어로 영화…. 그렇다고 여성 영화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를 보면, 항상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여자가 복수하고, 여자라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내고, 편견을 이겨내고… 그런 영화는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것을 깨닫게 해 주며 변화의 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이제는 우리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고 있다. 이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 아직도 재밌는 오락 영화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남자이다. 나에게는 “여자이기에 벽에 부딪히는 이야기 말고 ‘그냥 인간’으로서의 재능의 한계, 빌런의 악행, 금전적 이유, 부모님의 반대 등으로 인한 장애물을 맞닥뜨리는 영화를 보고 싶어!!”라는 욕망이 항상 존재하곤 했다. 안 불편한 상업 잼얘를 달라고요.


<고스트버스터즈>는 이런 나의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다. 만약에 나와 동일한 지점에서 분노한 적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는 원작이 있고, 4명의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4명의 여자 주인공으로 리메이크되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잘난 괴짜 여자 4명에서 만나서 유령 퇴치 회사를 세우고 사람들은 그들을 비웃지만 결국에는 유령 빌런이 나타나 그들이 유령을 물리치고 영웅이 된다. 영화가 좋은 이유는 주인공인 여성들이 남성과 연계되어 존재하는 여성으로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개인’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 계기는 그들이 가져왔던 신념이나 꿈, 가치이며 행동의 원인에는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 작 스파이 와도 이 부분에서 차이를 갖는다) 또한 기존에 등장했던 여성 히어로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섹시한 몸매는 전혀 부각되지 않고, 단지 그들의 영웅적 서사만을 보여주며 그동안 소비되던 ‘여성’ 영웅으로서의 시선을 분리시킨다. 심지어 이 영화에는 원작 금발 백치미녀 비서 역으로 섹시가이 크리스 헴스워스가 캐스팅되었다. 여자도 말초적 도파민 자극을 좋아하는 존재다. 금발 섹시 미남 비서가 나오는 영화? 없어서 못 먹지. 괴짜 과학자 캐릭터를 좋아했다면 봐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화가 오락영화로서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지만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이런 오락영화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심심할 때 그냥 틀어도 좋다. 이 영화를 보고 흥미를 느낀다면 감독의 전작 <스파이 (2015) > 도 추천한다. 점점 성별이 여성인 주인공의 액션 판타지 영화가 많이 나와서 이게 더 이상 셀링포인트가 될 수 없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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