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 4주차 여영추 <올리브 키터리지>
쿠팡플레이가 미국 HBO와 국내 독점 계약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드디어 이 드라마를 찾아 온갖 사이트를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11년 전 공개된 이 드라마는 미국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2008)를 원작으로 한다. 13개의 단편 중 올리브 가족의 에피소드가 담긴 네 편이 4부작으로 옮겨졌다. 그녀와 이 드라마가 한 바닷가 마을에서 60년을 산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야기로 어떤 굵직한 상을 휩쓸었는지는 지면의 한계로 적지 않는다.
대신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괴팍한 여자를 더 이야기하자. 중학교 수학 교사인 그녀는 학생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특히 더 예의주시하는 학생인 아들이 선을 넘을 땐 따귀를 때린다. 큰 체격에 트림을 못 참는다. 삶의 밝은 면만 보는 남편이 지긋지긋하다. 그녀는 술주정뱅이 국어 교사를 사랑한다.
이런 괴팍함도 있다. 아들의 와이프 귀걸이를 훔치고 흰 셔츠에 마커 칠을 한다. 우울증으로 불도 켜지 못하는 여자에게 삶을 밀어붙인다. 올리브의 제자는 고향의 부둣가에서 그 여자,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는 기어코 엽총을 자신을 사냥하는데 써버렸다. 올리브가 그의 차에 탄다. 그는 선생님이 어머니 이야기를 멈췄으면 좋겠다.
그러나 올리브는 그 여자에게 말했었다. “아들들이 우리를 끔찍하게 여긴다고 해서 우리가 죽을 필요는 없어요.” 여자는 곧 집으로 들어올 아들과 먹을 음식을 만들고 수학 시험을 칭찬하는 평범한 저녁을 보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올리브가 정신질환을 쉬쉬하지 않으며 시간을 끈 덕분에 제자는 차 뒷좌석에 있던 권총으로 자살하는 대신 바다에 빠진 동창생을 구한다. 귀걸이와 셔츠는……그 여자가 친구들에게 자신을 조롱하는 걸 참을 수 없었을 뿐이다. 나를 끔찍하다고 조롱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우리는 이제 올리브가 괴팍한지 섬세한지 알 수 없다. 어떤 여성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여성을 하나의 상태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실수하지 않는 여자, 맞는 말만 하는 여자, 편견 없는 여자, 똑똑한 여자. 거짓말이고 지루하다. 자신을 정의하는 대신 올리브는 닥치는 대로 삶을 산다. 마당의 흙을 온몸으로 파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선의를 지키면서.
그러나 노년의 올리브에게 남은 건 두려움이다. 아들은 자신을 혐오한다. 사람들에게 친절했던 남편은 병원에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최악은 나를 위한 최소한의 품위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 최선을 다했는데 인생을 잘못 산 것 같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다시 펼쳐 봐야 한다. 올리브는 그 옛날 자신의 제자가 말한 작은 숲으로 들어간다. 권총 한 자루를 피크닉 바구니에 담은 채로.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게 될까? 한 장면은 그녀가 과연 삶을 포기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녀는 남편도, 친구도 아닌 남자의 몸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듣는다. 그는 아프고 외롭다. 창밖에 갈매기가 날아간다. 그녀가 말한다. “아직 뛰고 있어요.” 그리곤 삶이 가진 한 가지 진실을 우리에게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