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 4주차 <어글리시스터> (2025)
*이 글은 <어글리 시스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4년, 영화 <서브스턴스>의 흥행으로 바디 호러의 페미니즘적 기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바디 호러 장르는 여성의 몸을 과도하게 선정적이고 잔인하게 묘사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현실에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의 재생산에 지나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도발적이고 잔혹한 시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파괴되는 대상이 외모지상주의 사회가 아니라 여성 개인이라는 결말은 바디 호러가 오락성을 넘어 페미니즘적 의의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남긴다.
그럼에도 바디 호러는 일상에서는 드러날 일이 없는 몸을 뒤틀고 변형함으로써 평상시 신체에 가해지는 강압과 억제를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오래전부터 여성은 젊고, 아름답고, 정돈된 몸을 요구받아 왔다. 반면 바디 호러는 생리적으로 불쾌감이 드는 몸 – 절단되어 단면이 적나라하게 보이거나, 피와 분비물이 흐르고, 인간 신체를 벗어나 괴물화가 진행되는 등 – 을 내세운다. 이로써 관객들은 스크린 속 신체와 거리를 두고 관음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일종의 체험을 하게 된다. 관객은 과잉 제시된 신체를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방식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감각적으로 그것을 느끼게 된다. 즉 바디 호러는 오랜 세월 여성의 몸에 가해진 여성혐오적 시선을 해부하고 과장시켜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이러한 불편하고 불쾌한 관람 경험을 통해 현실에서 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사회적 압박이 신체가 변형될 만큼 실존적인 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인공 엘비라는 원작 신데렐라에서 계모의 두 딸 중 맏언니 역할이다. 그러나 계모의 두 딸은 더 이상 악하지 않고, 영화판 신데렐라인 아그네스 또한 순진무구한 선역이 아니다. 부조리와 괴로움으로부터 나를 구원해 줄 백마 탄 왕자님,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붙잡아 줄 왕자의 키스는 이제 없다. 원작 신데렐라에서 유리구두는 남성과의 혼인을 통한 신분 상승의 욕망과, 여성의 신체를 부분화하여 선택의 대상으로 삼는 가부장제가 투영된 대상이다. 이는 현대판 신데렐라인 <어글리 시스터>에서도 재현된다. 원작에서 유리구두가 신데렐라의 해피엔딩인 왕자와의 결혼으로 이어지는 장치였다면, 영화에서 구두에 발을 맞춰서라도 왕자와 결혼하겠다는 엘비라의 목표는 좌절된다. 게다가 영화는 왕자의 저속함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무례함을 여러 번 보여줌으로써 왕자와의 결혼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음을 이미 알리고 시작한다.
왕자의 부도덕하고 추악한 진짜 모습을 마주했음에도 엘비라가 여전히 왕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것은 그 욕망이 진정한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그 욕망은 자기 파괴적 성격을 띤다. 왕자와의 결혼에 대한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환상적 믿음은 특히 아그네스(신데렐라 역할)를 통해 효과적으로 해체된다. 마부 애인이 있음에도 그와는 한밤중의 밀회만 가지고 왕자와의 결혼을 우선시하는 아그네스의 모습은 결혼이 동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사랑의 결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의 오프닝은 엘비라가 꿈에서 왕자에게 화살을 맞는데도 그의 품에 안겨서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욕과 배반되는 욕망이며, 가부장제에 의해 여성 자신이 자발적으로 원한다고 믿도록 만들어진 욕망이다.
엘비라는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엄마의 말에 따라 치아를 교정하고, 속눈썹을 붙이는 수술을 한다. 심지어 엘비라가 잘못된 발을 절단하고 기절하자 엄마는 고기 자르듯 무심하게 다른 쪽 발가락을 잘라낸다. 바디 호러와 블랙코미디가 결합된 일련의 장면들은 현실에서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미의 기준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비인간적인지를 풍자한다. 동시에 엘비라의 외모를 고치려는 엄마의 각종 노력은 그가 악랄한 계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 엘비라의 생존과 출세를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엄마’는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주의 사회의 피해자인 동시에 여성에 대한 억압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엘비라는 살을 빼기 위해 스스로 몸 안에 기생충을 키우는데, 그로 인해 아무리 음식을 많이 먹더라도 허기를 채울 수 없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내면화한 (즉 자발적인 발현이라고 착각하는) 욕망이 허상임을 나타낸다. 엘비라가 살을 빼고자 한 이유는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서이며, 그러므로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스스로 각인시키는 외적 욕망의 주체는 남성(타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글리 시스터>의 엔딩에서 엘비라를 구원하는 것은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닌 동생 알마이다. 알마는 초경 이후 시대적 배경에 따라 드레스를 입는 대신 바지를 입으며, 왕자와 결혼하는 것을 꿈꾸는 언니와는 결이 다름을 보여준다. 즉 알마는 가부장제에 포섭되지 않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알마는 엘비라가 여성 신체에 내면화된 남성적 욕망인 기생충을 토해내도록 도와줄 수 있으며, 엘비라와 함께 말을 타고 집을 탈출할 수 있다. 이러한 결말은 오프닝에서 왕자가 쏜 화살을 맞은 후 그와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엘비라의 모습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엘비라의 왕자를 향한 자기 파괴적 욕망은 그와의 결혼이라는 고전적 결말이 아니라, 자매의 연대로 이어진다. (한편 아그네스는 구두의 주인을 찾으러 온 왕자를 마중 나간다.) 원작 <신데렐라>의 해피엔딩은 왕자와의 결혼 쪽이겠지만, <어글리 시스터>가 제시하는 해피엔딩에는 왕자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