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인 취미 기둥의 둘_ 어학으로 한 가지
평생 무료 이용권으로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연다.
외국어를 필요로 해서 사용하는 직군이 아니고 어학을 취미로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영어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고를 떠나 영어 극복에 대한 동경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주변에서 들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겠냐고 물어보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본성 자체가 무엇이든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바로 실천해 보는 성격인지라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프레임이지 싶다.
‘듣기’가 먼저, ‘말’이기 위해서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영어가 어렵고 싫어서 공무원 임용시험 준비할 때도 문제은행식인 시험의 허점을 노려 영어과목의 경우 아예 존재하는 영어문항 자체를 다 외웠더랬다. 요즘 아이들식으로 말하면 영포(영어 포기) 자였지만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나 할까? 그리고 공무원으로 10여 년 재직 즈음, 정부의 세계화 정책 일환으로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명목하에, 외국어 교육기회가 주어져 일본어를 시작했었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이기도 했고, 영어보다는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또 당시 공문서에 한자가 필수여서 한자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어의 접근은 쉬웠다고 할까? 그렇지만, 교육기관에 입소하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 무엇을 쉽게 접근한다는 것은 무지하고 무식한 행위라는 것을 이런 필자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어 교재를 띄엄띄엄 읽는다고는 하나, 이는 나만 읽는 것이지 듣는 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의성어요, 테이프(당시에는 CD도 나오지 않았을 때)를 통해 들리는 성우의 일본어는 어느 나라 말씀인지 도통 소리이기만 했지 의사나 정보를 전달하는 ‘말’이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안다는 것의 먼저는 ‘듣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는 중에도 들었다. 나중엔 테이프가 늘어져 소리까지 늘어졌고, 늘어진 테이프는 냉동실에 뒀다 들으면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해 봤더랬다.
외국어에 노출될 수 있도록 환경 만들기
지금처럼 인터넷 세상도 아니어서, 온-오프 라인의 개념 자체가 없었을 때 무엇보다 오지 같은 섬에서의 생활인지라 문명기구로는 오직 유일하게 테이프와 테이프 플레이어가 있었을 뿐이었다. 기억으로 1개월 집합교육을 했고, 교육의 효과를 위해 교육이 끝나고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서 일본어능력시험자격증(JLPT)까지 취득하도록 되어 있는 교육이었다. 자격증은 4급부터 시작해서 1급까지 있는데 4급을 취득하는 것은 의무였다. 해서 자연스레 일본어를 계속할 수 있었고, 교육용 도구도 테이프에서 CD로 바뀌었다가 다시 MP3로 진화되었다. 집에 있을 땐 주방, 거실, 방 할 것 없이 일본어 플레이어가 작동하도록 하여 일본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 보는 것을 좋아했고, 일본어에는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일본어 공부는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흡수되었고 아이들은 에니매에션의 대사를 다 외우다시피 했다. 아이들과 일본배낭여행을 가서 민박집 어르신들과 소통도 원활했고 무엇보다 둘째 아이도 고등학생 때 제2 외국어가 일본어였는데, 일본어 선생님과 프리토킹이 되었다. 둘째는 가타카나 히라가나도 모르면서 말만 했다.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고 일본어 시험성적은? 결국 말은 하는데 문맹인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 하나를 갖는 것
외국어를 배우기에는 제한된 환경이었지만, 교육기관에서 시작했던 교재를 중심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혼자서 꾸준히 공부했다. 오글거리던 성우의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면서 가끔은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 초등용 교과서와 동화책을 구해서 읽기 시작했다. 비록 짧은 이야기였지만, 눈으로는 원서로 된 책을 읽으면서 머리로 내용이 그려지며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의 황홀함을 잊을 수 없다. 내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말이다. 그때 닫혀 있던 문이 확 열리면서 환한 빛이 쏟아지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으니까.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외국어 배우는 것을 동경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또 다른 세상을 원했지 싶다. 빛이 쏟아지는 환한 세상.
그럼 지금, 무엇부터 해 볼까!
요즘엔 지자체마다 성인을 대상으로 외국어 강좌도 많이 개설되어 있다. 이런 평생교육기관을 통하여 배우고자 만 한다면 시긴과 장소 구분 없이, 또 큰 자본투자 없이도 가능하다. 또 월 1만 원대 온라인 강의와 유튜브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접근 가능하며,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가면 더 다양한 방법을 찾아가며 스스로의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