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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Dec 29. 2022

몸으로 하는 인문학

크리스마스트리 헤어밴드, 불타는 부산스러움

“니미”, “씨”, “댁아 뭐시여, 이거슨 마을 일인께 다 필요 없고…“, 용소막 큰손 언니의 전라도 사투리가 구성지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다 욕으로 들리요!” 대구인지, 부산인지 경상도 톤의 황사장님,

“와~ 이게 뭐예요?, 남편이 먹질 않아서 이런거 못 먹어봤어요. “ 보기에는 까칠하게 보이지만 소심한 서울여자, 이름은 소설 속 주인공 같은 김 부장,

“밍크가 도착한다네요” 조막만한 카페사장의 한마디도 뒤섞인다.

“밍크요?”, “아! 아까 단톡에 올렸는데…”,”오만 원이래요! 믿졌자 본전이잖어요?“

 “다 없애 부렸어, 이름만 하믄 되자 뭐시 누구는 니미고, 누구는 씨고 누구는 댁이여? 그라고 프린터 해 줬더니 조용햐, 한 번은 차녀여에서 놀러 갔다 와서 프린터로 해 줬더니만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당께!”,

도통 앞뒤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각자 자기 말만 하고, 골라 듣다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40대부터 70대까지 여섯 명이서.

“저를 사장으로 만들어주신 회장님께서도 싫어해서 이럴 때만 먹어요! 으음 맛있다”, 카페사장은 꼬박꼬박 남편을 회장님이라 부르면서 덧붙이고,

“저도 명사장이 입이 짧아서 이런 거 안 먹어서 못 먹어봤어요, 처음 먹어보는 거예요”

덩달아 김 부장도 남편을 탓하면서 배춧잎에 미역 그리고 마늘, 파를 올리면서 신기한 듯한다.

“남편은 남이 편이어서 같이하믄 안 돼야, 우리 사장도 이런 거 먹질 않아서 같이는 못 먹어봤어”

그렇게 남편들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덕담 끝에  참석 유일부부 남편은 과메기 공수하고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오래오래 같이 합십시더!”, “당신은 지금부로 남자가 아녀”, “황사장님 바늘방석이지요?!”


그때 밍크조끼를 들고 한 남자가 들어오자 모두는 동시에 일어나서 각자 하나씩 들고 대 보고, 입어보고,

“어머어마 진짜야진짜”

“정말로 진짜예요?! “, ”어건 무조건 사야 돼 사야 돼 “

밍크를 걸쳐보던 60의 김 부장

“어머 무서워서 못 입겠어요! 이거 진짜 여우 같아요!”

“에엥?! 머가머가 무서버??? 과메기도 묵었음서?“ 일갈하는 나를 향해, 카페사장님 눈을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무서울 수 있어요~~ 흐흥 흐흥!”

나는 “아~~ 무서울 수 있구나~~ 서울사람은…”,

꼭 지역에 엮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공주 같은 김 부장에 섬머슴 같은 내가 한마디 더 붙였다.

그 때 밍크 조끼를 갖고 온, 카페사장의 지인은

“이거 진짜 맞아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으로도 “폭!스!폭!스”


줌으로 수강하는 인문학을 빌미로 모인 우리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각자 한 가지씩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대화가 되었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또 각자의 말을 하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그런 자리에서 꼭 누군가는 그 줌 인문학 수업을 다 듣고, 타이핑까지 한다는…


줌 너머 모두들 이짝을 건네보며 합류하고 싶었을게다. 인문학이 별거겠어?! 함께 먹고 떠들면서 노는 것이 인문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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