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삶

삶 속의 소설 같은 이야기,

by 나힐데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다. 들어도 곧 잊어야 할 말이 잊히지 않고 의식과 무의식의 언저리에서 오가며 예기치 못한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아채기까지 또한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관계와 관련될 때에는 건너지 못하는 강이 된다. 가장 가까이서 힘이 되어야 할 가족이 한 인생에서는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되는 것처럼.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환경의 지배란 칼로 무 베듯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 자야에게 삶이란 무엇이었을까? 삶을 의지하게 한 것은 원망이었다. 그 대상으로부터 철저히 온전한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의미였고 자체였다. 천성이 밖에서는 주도적이었다. 학습결과도 좋았고, 노는데도 주관하였다. 집이 집이었던 적이 없었던 어린 시절, 자야는 1년 늦게 시작한 학년이라 적어도 저학년 때까지는 동급생들보다 훨씬 성숙했고 빨랐다. 어느 날 서예 선생님은 방과 후 남아 서예지도를 원했고, 충분히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셨다. 그렇게 남아 연습을 하는데 자야에게 환청이 들렸다. 이모가 부르는 소리였다. 자야는 교실을 박차고 신작로가 아닌 지름길인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모는 자야를 보자 정지로 데리고 가서는 비땅을 회초리 삼아 때리기 시작했다.


“친정식구 데리고 있는 것도 눈치 보여 너희 이숙 볼라믄 살얼음판인데 시방 니가 내 명을 재촉하고 있다.”면서. 자야는 이모가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모말을 잘 들어야 했다.


그런 일이 없더라도 그때 시골의 한 여름밤은 일하는 시간이었다. 유독 농사가 많아 일꾼을 들여야 함에도 이숙은 동네에서도 천하장사에 신농업인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터라 그 기대에 이모가 따라가기 버거웠다. 이모는 거의 매일을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모는 이숙의 본처가 아니었다. 아들 딸 두고 본래 이모부가 돌아가시자 절음발이 젊은 부인을 후처로 들인 이모의 시부가 지찬금 받고 지금 이모부한테 재가를 보냈다고 했다.


호와 심은 칭얼대다 잠이 들고, 작은방 처마 아래 살구나무 옆에서 이모와 자야는 낮동안 뜯어온 담뱃잎을 키 높이로 맞췄다. 그 옆에서 이모부는 담뱃잎을 엮다가는 욕을 해 댔다. 담뱃잎 키가 맞지 않은 것들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상중하품으로 수매를 해 가는데 키 높이가 섞이면 상품이 중하품으로 떨어진다). 이모는 부리나케 자야의 입에 미숫가루를 털어 넣었다. 자야는 목구멍에 미숫가루가 들러붙어 기침을 했다. 눈물이 났다. 잠이 달아났다. 그리곤 또 담뱃잎을 맞췄다. 여름밤의 달빛은 더욱 둥그렇고 하했다. 아침에 해가 마중 나올 때까지.

이전 10화진도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