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의 포도 자야의 포도

무서운 어둠을 물리쳐 주는 것은 빛이라

by 나힐데

어둠은 죽음이기 전에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까맣게 되면 희망이며 빛이 된다. 때론 운다는 것은 자신을 외부로 표출시키는 것이기에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을 수도 있다. 저항도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자야가 계란에 손을 대고 찹쌀에 그리고는 참깨로 물물교환을 하게 된 것이 배가 고파서는 아니었다. 그저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해 자야가 포도가 익어가고 있음을 알기에 아직은 이른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이 뒤섞여 있었다. 둥글둥글한 푸른빛과 넓은 포도잎에 가려 겨우 익기 시작한 포도송이 하나, 눈에 띄지 않게 옆의 포도잎을 가져와 가렸다. 그리고 매일 관찰을 했다. 포도나무는 우물가에 살구나무와 나란히 심어져 있었다. 포도나무는 살구나무를 타고 올라가 지붕 처마 밑으로 널따란 치양을 만들어 냈고, 동네에서 유일하게 포도나무가 있는 집이었다. 이모네 집은.


그날은, 며칠 전부터 포도를 먹을 생각으로 계획 한 날이었다. 해서 학교가 끝나자마자, 어른들이 모두 들에 나가 있을 시간을 택하여 포도 먹을 일을 도모했다. 자야는 씻지도 않은 포도를 송이채 들고 광에 앉아 씨도 뱉지 않고 껍질 채 먹고 있었다. 손에 찐이 베어 소태같이 쓰디쓴 담뱃잎의 쓴맛도 잊은 채.


그런데 갑자기 광의 문이 열리더니 이모부의 큰 손은 자야의 머리채를 잡아 광 밖으로 내동댕이 쳤다. 아픈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도둑질에 대한 수치심으로 몸 둘 바를 몰랐고, 그러한 이모부의 행동은 정당했다. 그날 자야는 살구나무에 고추가 되어 매달렸고 머리 밑에는 우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자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치심은 차라리 밤을 빨리 부르고, 밤의 어둠이 모든 빛을 삼켰을 때 어쩌다 일렁이는 우물 속 물이 어둠의 빛을 흡수해 반사시켜 두려움을 물리쳐 줬다.


무서운 어둠을 물리쳐 주는 것은 빛이라, 우물 속 물도 아니면서 광으로부터 응집된 구슬 같은 빛이 나왔고, 그것은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그 빛이 자야와 마주했을 때 소스라치는 것을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얼마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던 빛은 자야를 향해 다가오더니 한참을 바라봤다. 그랬다. 살구나무에 고추로 매달려 있던 자야는 그 언젠가 진도호 뱃머리에서 만났던 빛임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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