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하지만 아버지의 첩, ‘작은 년’에 대한 왜곡된 무의식
빨간 구두를 신고 쉬지 않고 뛰어다닌 것인지, 춤을 추는 것인지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작은년이 어떤 관계인지 모른단 말인가? 자야 언니는 그런 자야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저거슨 미친년이여, 아무리 속창아지 없어도 그라제 작은년이 사다 준 빨간 구두를 신고 춤을 추고 자빠졌어? 그러거도 지가 사람이여?’
그렇지만 그 빨간 구두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자야 엄마, 양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뭇 어머니와 같이 자식들을 먹이는 게 다였다. 하루에 한 끼라도 먹이는 일, 자신의 배보다는 자식들의 배가 먼저 걱정이 되었다. 솔직히 그 상황에 대해 자야는 이해하자는 것도 없었고 그냥 무감각한 어쩌면 삶 자체가 그런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자야 가족 모두는 먹을 것이 없이 굶은 날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었다. 어느 날 양녀는 자야를 작은 년의 집으로 보냈다. 넉살 좋아 밥 얻어먹고, 남은 음식을 챙겨 오라는 것이었다. 골목길 막 다른 집이지만 자야는 골목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차마 그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 밖에서 내다본 풍경은 돼지머리가 놓여 있었고, 하얀 쌀밥이 보였다. 자야 아버지와 작은 년은 그 쌀밥이 고봉으로 담아진 밥상 앞 이불속에 있었다. 아마도 설날 아침이었을 것이다.
작은 년은 자야 언니가 도도하고 인정머리 없다고 입에 달고 있었다. 자야 언니는 그런 작은 년을 경멸하듯이 바라봤다. 언니는 자야를 달콤한 알사탕이나 얻어먹을 생각으로 작은 년을 따른다고 속창아지 없다고 했다. 그런 여러 가지의 생각을 하기에 자야는 너무 어렸다. 다만 자야의 눈에는 엄마보다는 아버지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작은년이 부러웠다.
빗소리에 잠이 깬 자야는 상여 옆에 놓인 젯밥을 손으로 집어 먹었다. 그 앞에는 쥐가 자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밤 새 울며 잠이 든 자야의 눈물이 마른 것처럼 보고 싶은 엄마의 얼굴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며칠 전 윗집 영현이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용한 상여라 상갓집에서 오가는 귀신 먹게 차려놓은 제사상에 올려진 젯밥이었다. 상엿집 밖에서는 사람 발자국 소리와 남정네 두서넛의 말이 오갔다.
“무슨 일인디 동네 줄초상이란 가?”
“저승사자도 일을 쉽게 할라고 하제, 한번 오믄 여럿이 델고가야지 않것어?”
“그런 말 하지 말더라고 무서운께”
“워따 젊디 젊은 넘이 겁씨 마나서 쓰겄어?, 애비야!”
동네 어른들의 소리에 자야가 부스럭거리자 그 젊은 양반은 귀신이 나타났다며 소리를 지르고는 줄행랑을 쳤다.
“오메 가쓰나야, 너 여그서 시방 머하냐? 느그 이모가 니 찾으러 밤새도록 온 동네를 갈고 다니든만, 언능 집으로 가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