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년, 아버지의 첩
자야의 이모네 집 마을, 지막리 윗마을을 벗어나 큰 저수지가 있는 들판으로 가자면 상엿집이 있었다. 하천변 음습한 곳에 나무를 시렁처럼 걸쳐놓고 만들어진 창고에 동네 상여가 보관되어 있었다. 평소엔 그 언저리를 지나칠라면 먼 곳을 바라보면서 눈길을 피하거나, 숨도 쉬지 않고 뜀박질을 해서 쏜쌀같이 지나쳐야 했다.
저수지에서 흐르는 물이 벌포 갯가까지 가서 바다까지 이르지만 과연 상여를 만나고 간 물줄기가 바다까지 모두 갈지는 의문이었다. 평소엔 으스스하던 상엿집이었지만, 울면서 들판을 가로지르던 자야가 안심하고 찾아가 원도 한도 없이 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움에 사무쳐 흘러내리는 눈물 앞에서 상엿집은 더 이상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곳이 아니었다. 울다 지친 자야를 깨우는 소리는 빗소리였다. 그리고 또 상엿집 천장에서는 빗물이 똑, 똑, 똑 떨어져 자야의 얼굴을 씻기고 있었다.
목포 자야네 엄마 집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졌다. 늘 비는 가늠할 수 없도록 한참 오고 나서야 천장에서 물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후드득 떨어지는 물방울 밑에는 커다란 양동이가, 가끔씩 떨어지는 물방울 아래에는 양푼이 놓여 있었는데 잠꼬대로 물세례를 받을 때도 있었다. 새는 곳이 지붕뿐만이 아니어서 꼭 지붕만 탓할 수가 없었다. 비가 와서는 황토 흙벽이 그나마 걸쳐 있던 신문지 옷을 풀어헤치고 제 살을 다 토해 내지는 않았다. 또 꺼진 연탄불로 추운 것만은 아니었다. 자야 엄마는 두꺼운 솜이불로 암탉이 두 날개로 병아리를 감싸듯 아이들을 감싸고 있었고, 이는 앙당 물고 있었다.
식구들끼리 있을 때 식구들은 그녀를 작은년이라 불렀다. 그녀는 선창가 술집 작부였는데, 입은 조금 비뚤어져 있었고, 얼굴은 백설공주처럼 하앴다. 그렇지만 덩치는 작지 않은 빠글 파마에 막걸리를 들이키며 작은 년은 신세타령을 하고 있었다. 작은 년은 자야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는 자야 엄마의 얼굴이 하늘을 보도록 하고 막걸리 잔을 엄마의 앙당문 입에 밀어 넣었다.
“좀 마셔 보랑께? 왜 내가 술집 여자여서 상대를 안 하겠다는 거여? 시방!?, 그래 너 잘랐다. 내가 이 집구석을 나가믄 좋것지야? 나도 니 서방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야~”
감싼 이불속에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자야는, 작은 년의 머리채를 잡아 힘껏 끌어당겼지만 그것은 생각뿐이었고, 그러한 폭력은 엄마도 그랬지만 자야나 언니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어떤 영역이 되었다.
자야 아버지는 소금 배를 타고 나가면서 작은 년을 자야 엄마네 집에 데려다 놓고는 자야 엄마에게 감시하라고 했다. 할 수 있는 감시라야 침묵뿐이었고, 작은 년은 그런 자야 엄마에게 술을 억지로 먹이며 술타작을 했다.
또, 언젠가 자야 아버지는 술 취한 작은 년을 방 한 칸 월세방으로 데리고 왔다. 그 옆에서 작은 년은 자야를 안고, 자야 옆에는 남동생이, 그 옆으로 언니가 그리고 엄마가 누워 있었다. 작은 년은 자야를 꽤 이뻐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야는 어떻게 해야 하는 줄을 몰라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을 뿐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작은 년은 빨간 구두를 사가지고 와서는 지야에게 신기고는 춤을 춰보라 했다. 주황에 가까운 빨간색 구두는 반짝였고 자야는 한동안 공중에 떠 다녔다. 자야 언니는 그런 자야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