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아들은 축구광이다. 본인이 축구를 즐기기도 하지만 열렬한 축구 팬이다. 축구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나는 맨날 말해도 그 팀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작년 이맘때쯤 용돈을 열심히 모은 아들이 해외 직구로 축구 유니폼 하나를 구입했다. 좋아하는 선수 이름이 새겨진 것이었다. 색이 좀 촌스럽긴 했지만 물건을 받아 들고 감동의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아이를 보며, 서태지 CD를 줄 서서 겨우 손에 넣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추억도 잠깐. 그 물건의 가격을 듣고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22만 원. 입고 다니지도 못하는 티셔츠 한 장을 돈도 못 버는 고등학생 주제에... 어이가 없었지만 본인 용돈을 알뜰히 모았으니 아무 말하지 않았다.
오늘 영국에 유학 갔던 친구가 돌아왔다며 저녁을 먹고 늦게 돌아온 아이가 급하게 벽에 붙이는 훅을 찾았다. 그리고 나를 방으로 불렀다.
"엄마, 이번엔 싸게 샀어. 영국에서 친구가 싸게 사다 줬어. 12만 원."
"싸게 잘 샀네. 맘에 들어?"
"나란히 붙이니까 정말 멋지지 않아?"
"조아조아."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19세가 된 아이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주급과 내가 준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대학을 가지 않으니 군대 가기 전에 1000만 원을 모아 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런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쓴 돈이니 뭐라 할 수가 없다.
돈의 액수가 얼마이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면 좋아하는 일에 간 크게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