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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Sep 01. 2024

선천적 의지박약증

내일은 가야지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 왔다. 걷기로 시작되었고 스피닝, 점핑, 줌바, 필라테스, TRX, 크로스핏, 수영, PT까지 다양한 운동을 경험했다. 지금은 골프레슨을 받는 중인데 사실 골프가 운동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습장에서 아직 똑딱이 연습 중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운동을 할 때 한 달 수강권을 끊어 본 적이 없다. 보통의 경우 횟수나 기간이  수업료가 저렴해진다. 통크고 간도 큰 나는 주로 6개월 이상 회원등록을 한다. 돈을 미리 지불하고 기간이 정해지면 강제로 운동을 나가게 되어있다. 여태까지 회비를 내고 운동화를 찾으러 가지 못한 경험은 딱 두 번이다. 한 번은 20년도 넘은 이야기니 말한 필요도 없고 다른 한 번은 작년에 등록한 스포츠센터 1년 회원권인데 3개월 남짓 열심히 다니고 나머지 기간은 날려먹었다.


변명에 불과하지만 2023년은 아홉수가 낀 해여서인지 참 다사다난했었다. 아예 운동을 하지 못하고 나를 방치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우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거렸다. 최근 다시 운동을 시작하며 느낀 점이 있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무엇이 되었든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이 아니지만 잊고 지냈다.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가 오히려 나를 무기력하게 했던 것이다.


달력의 날짜가 하루씩 지워질 때마다 회원권의 유효기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직은 다짐만 하고 있다. 반강제가 되어 버린 회원권이 아까워서라도 나는 다시 필라테스와 요가를 시작할 것이다.


나 같은 선천적 의지박약증 환자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돈지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요가로 근육을 자랑하는 내 지인을 떠올리며 내일은 꼭 가야지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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