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실기 샴푸 모델로 어렵게 후배선생님을 섭외했다. 새벽 6시 출발에도 흔쾌히 응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시험이 끝나고 전주 도서관 투어를 계획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곧장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열두 살 딸과 동행한 길이라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기로 하고 시험장 주변 맛집들을 검색했다. 같이 간 지인은 평생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음식 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본인은 그러라 하고 딸의 입을 호강시켜 주기로 했다.
브런치 카페에 들러 제일 맛나 보이는 두 접시를 시켰다. 한창 잘 먹을 나이인 아이는 바깥음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두 접시를 싹싹 비웠다.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행복하다.
"연우야, 점심으로 뭘 먹을까?" 연우는 벌써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전주는 비빔밥이 유명한데 그거 먹어볼까?" 전주 비빔밥으로 제일 유명한 고궁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엄마는 어차피 안 먹을 거니까 연우 마음대로 골라봐."
연우는 메뉴판을 외우다시피 꼼꼼하게 살핀 후에 비빔밤과 파전, 묵무침을 선택했다. 입꼬리가 벌써 올라가 있다.
19세가 시험을 끝내고 나온 시각이 12시 30분쯤 되었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 작은 몸 어디에 저 음식이 다 들어갈까 싶을 정도였다. 식사를 대접하는 입장에서 고마웠다. 만약 아들과 둘이 시험장에 갔다면 간단한 밥을 때우고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잘 받아준 열두 살 연우에게 많이 고마웠다. 내가 대접한 고급진 식사를 맛있게 먹어주어서.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좋은 음식으로 입이 행복했다.
손님을 대접할 땐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 돈지랄이 필요하다. 청포묵이 남았다. "연우야 이거 우리 해치울까?" 남은 음식이 아까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연우를 도와 나는 묵무침의 채소를 싹싹 긁어먹었다. 알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