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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Sep 04. 2024

대접할 땐 고급지게

샴푸모델 식사대접

19세 실기 샴푸 모델로 어렵게 후배선생님을 섭외했다. 새벽 6시 출발에도 흔쾌히 응해준 고마운 사람이다. 시험이 끝나고 전주 도서관 투어를 계획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곧장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열두 살 딸과 동행한 길이라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기로 하고 시험장 주변 맛집들을 검색했다. 같이 간 지인은 평생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음식 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본인은 그러라 하고 딸의 입을 호강시켜 주기로 했다.

브런치 카페에 들러 제일 맛나 보이는 두 접시를 시켰다. 한창 잘 먹을 나이인 아이는 바깥음식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두 접시를 싹싹 비웠다.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행복하다.

"연우야, 점심으로 뭘 먹을까?" 연우는 벌써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전주는 비빔밥이 유명한데 그거 먹어볼까?" 주 비빔밥으로 제일 유명한 고궁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엄마는 어차피 안 먹을 거니까 연우 마음대로 골라봐."

연우는 메뉴판을 외우다시피 꼼꼼하게 살핀 후에 비빔밤과 파전, 묵무침을 선택했다. 입꼬리가 벌써 올라가 있다.

19세가 시험을 끝내고 나온 시각이 12시 30분쯤 되었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 작은 몸 어디에 저 음식이 다 들어갈까 싶을 정도였다. 식사를 대접하는 입장에서 고마웠다. 만약 아들과 둘이 시험장에 갔다면 간단한 밥을 때우고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나의 마음을 잘 받아준 열두 살 연우에게 많이 고마웠다. 내가 대접한 고급진 식사를 맛있게 먹어주어서.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좋은 음식으로 입이 행복했다.


손님을 대접할 땐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 돈지랄이 필요하다. 청포묵이 남았다. "연우야 이거 우리 해치울까?" 남은 음식이 아까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연우를 도와 나는 묵무침의 채소를 싹싹 긁어먹었다. 알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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