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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Sep 10. 2024

사모님 나이스 샷

골 때리는 골린이

청소를 하던 남진가 빗자루를 휘두른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엉덩이를 뒤로 내민 모습은 볼썽사납다. 남자의 모습이 심하게 과장된 듯해 가족이 어이없이 웃었다. 그럴 때가 있다고 했다. 긴 것만 보면 휘두르고 싶다고.


내가 지금 그 모양이다. 비용도 만만찮은 스크린 골프 연습장에 하루에 두 시간씩 출근을 한다. 골린이의 몹쓸 병에 걸렸다. 지인들 거의 모두 골프를 배울 때 비용이며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여동생의 기나긴 꼬드김에 넘어가 골프채 풀셋을 구매했다. 간 크게도. 레슨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인데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소위 말하는 똑딱이 주제에.


어떤 일을 시작할 때면 그것이 전부인 냥 덤벼드는 성격이다. 그것이 오래가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시간적 손실이 크다.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손을 대지만 실상 끝까지 해내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장비발이라 말하면서 용품이나 재료들을 다량으로 구입하는 나쁜 버릇도 있다.


책 쓰기를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시작이 반이긴 하나 끝맺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설레는 마음에 처음에는 뭐 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부딪히고 자괴감이 들 때도 종종 있었다. 처음보다 마무리가 훨씬 어려웠다. 나는 행복하지만 어려운 과제를 완성했다.
과정과 마지막을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고 조심스레 말해본다.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낸 시간들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끝을 맺는 힘과 희열을 느꼈으니 앞으로 내가 해 나가야 할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긴장하고 연습한 탓에 팔에 통증이 심하다. 성장통으로 생각하고 즐겨보려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필드 위에서 멋진 스윙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긴 막대기를 휘두른다. 노력의 산물이 주는 달콤함을 알아버렸다.


"사모님, 나이스 샷"

비싼 골프채를 장만했기에 더 포기할 수 없다. 돈지랄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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