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만 우울할게요.
차재혁의 그림책 <내 마음속에는>
우울이 다시 내게로 왔다.
어디로 가는 걸까?
커서가 깜빡인다.
깜빡, 깜빡, 깜빡…
내 눈과 생각은 깜빡임 위에 있다.
운동화를 챙겨 신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햇살이 참으로 좋다. 하늘색도 덩달아 곱다.
방구석 작가 지망생으로 망가지는 내 심신을 더 이상은 방치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4월 1일
1일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다.
좋은 날 좋은 마음으로 내가 살던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을 쉬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역시나 확신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쉬면서 여행을 즐기고 마음껏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것이 이번 자체 안식년의 목표다. 책을 읽고 나름의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도 시작되었다. 갑작스러운 불안도 함께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목표한 방향으로 걷고 있지만 길을 잃은 느낌.
자다 깬 어두운 방에서 스위치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왜일까?
확신이 없어서일까?
용기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절실함이 부족할까?
도전한 이 일을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안전장치가 있어 지도조차 챙기지 않은 건 아닐까?
의문만 계속된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은 이토록 많은 의문과 불안을 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준비가 부족하다. 막연하게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만 될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조급하다. 아직 기본기도 다지지 못한 아마추어가 프로의 세계를 넘보고 있다니...
성공한 사람들이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조금은 짐작이 간다.
글 쓰기를 시작하며 해맑게 웃고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던 내가, 세 시간만 우울해하겠다고 말하던 내가, 벌써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듯 시건방진 고민을 하고 있다.
정신 차리고 집중하라!!!
-어른 그림책 차재혁의 ‘내 마음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