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드라마 ‘서른아홉’에서 암에 걸린 전미도의 생전 장례식을 보며 많이 울었다. 죽기 전 의식이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말을 전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 죽음을 준비하는 순간이 즐거울 수는 없었겠지만 아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였다.
잊고 있었던 이 의식을 이서원 작가의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에서 다시 보았다. 작가가 남은 인생동안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 나는 오십이 되었다. 인생전반전이 끝나고 더 나은 후반전을 위해 1년 간의 휴직을 결심했다. 나를 위한 시간 동안 재미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의 경제활동을 책임져 줄 일을 찾고 있다. 현재는 독서와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을 한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고 싶어졌다.
생전 장례식 계획.
내 아버지의 죽음은 너무나 갑자기 찾아왔다.
하루 전까지 통화하며 농담을 하던 아버지가 심장바미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를 싫어했다. 어른이 되어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동정이 생겼었다. 너무 어렸기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할 줄 몰랐다고… 술에 취해 늘 비틀거렸기에 수치심을 알지 못했다고.
아버지를 용서하려는 마음을 실천하기도 전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아버가 돌아가신 지 13년이 지났다.
그렇게나 미워하던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운 이유는 뭘까?
아버지와 나는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내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말하지 못했다. 용서하지 못한 내 마음이 우울이 되어 아버지를 소환한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날이면 나는 우울에 잠식된다.
아버지 생전에 내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마음에 남긴 미움을 털어냈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이렇게 무거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내 장례식은 해가 좋은 4월 정원이 아주 넓은 펜션을 빌려서 하고 싶다. 초대할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들이 하루를 온전히 즐겁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고급진 곳을 준비하고 싶다. 멀리서 오는 지인 이들이 잠 잘 숙소는 정갈하게 준비되도록 부탁해야겠다.
하루 종일 음악이 흐를 것이다. 내 지인들은 연령대가 다양해서 힙합부터 클래식까지 두루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들과의 추억을 영상으로 제작해 함께 보는 시간을 준비할 것이다. 영상이 끝나면 내가 내 인생을 돌아보는 짧은 소회와 와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단체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 내 영정 사진도 이 날 파티에서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을 찍은 것 중에 하나를 고를 것이다.
이것으로 공식적인 행사를 끝낸다.
점심은 만찬을, 저녁은 술 한 잔과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식사와 안주를 내놓아야겠다. 아이들을 위한 식사는 따로 준비해야겠지?
지인들에게 편지, 선물은 사영한다는 메시지를 미리 전달할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내게 더 이상의 물건은 필요치 않을 것이고 그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살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이 스멀거리며 올라와 내가 우울해질 것 같다.
하루를 보내고 떠나는 이들과 가벼운 포옹을 하고 싶다. 어쩌면 생전에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수도 있기에 그들의 체온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나는 두 편의 글을 쓸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내는 편지와 내 마지막을 보게 될 이를 위로하는 편지.
글을 쓰면서 마음이 좀 먹먹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기에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긴다.
내가 그날 어떤 이들을 초대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들이 나의 초대에 흔쾌히 응할 수 있도록 오십부터라도 더 잘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노란색의 따뜻한 위로와 희망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요? 특히 그 이별이 죽음으로 인한 것이라면 다시 만날 수 없기에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이 그림책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할아버지가 행복한 추억이 담긴 노란 우산을 통해 슬픔을 이겨 내고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을 위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