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에 상처받고 자연에 치유받는다

by 마담 리에

2019년 1월 30일, 피검사 5 : 시골에 사는 이점


2019년 1월 30일 수요일, 5번째 피검사를 받으러 하는 날이다. 혈액은 건강 상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광산이므로 혈액 분석을 통해 항암치료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기 위함이다. 다음주에 있을 oncologue 의사와의 면담에 피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 피검사를 하러 갔다.

왼쪽 팔에 주사를 맞을 부분에는 아직도 정맥이 튀어 나오지 않아서 그 부위에서 피를 뽑았다가는 지난번처럼 “어머 잘 못 찔렀네. 다른 팔 내밀어봐.“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그냥 정맥이 미세하게나마 튀어 나온 오른팔에 피검사를 받았다. 항상 고생하고 있는 오른팔에 고마운 느낌이 든다.


피검사를 받고 나면 검사 결과는 2가지 방법을 통해서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를 찾으러 다시 한번 직접 laboratoire 까지 방문하는 방법과 우편으로 그 결과를 받는 것이다. 결과를 찾으러 걸어서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 데 편지로 제 때에 결과를 수령할 수만 있다면 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결과를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한 문장 말하는 건데도 프랑스어로 요청 하는 것은 무엇이든 긴장된다. 항암치료의 고통에 비하면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은 데도 말이다.

나 : Est-ce que je peux recevoir mon résultat par courrier ?

직원 : Bien sûr!


나의 요청을 이해하고 직원은 피검사 결과를 편지로 보내 준다고 답변을 했다. 그 말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안도감이 들면서 피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언제 그 결과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우편으로 결과를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 프랑스의 행정 시스템에는 항상 불안하기 때문에 갑자기 다음주 화요일 이전에 결과가 필요한 나로서는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피를 뽑고 있는 도중에 나의 머리 속에서는 프랑스어로 질문을 작문하느라 바쁘게 돌아갔다.


주사기로 팔을 찔러서 피를 뽑아내어 봉투에 담은 절차가 끝나자 나는 다시 질문했다. 피검사 결과를 언제 받을 수 있냐고 담주 화요일 이전까지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러자 그녀 대답이 우편으로 결과를 수령할 경우 언제 받을 지 알 수 없으므로 그녀가 퇴근하는 길에 우리집 우체통에 피검사 결과를 넣어 주겠다고 했다.


그녀의 집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모두가 모두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는 시골에 사는 이점은 이것이 있구나 싶다.


IMG_8246.JPG?type=w773 아침에 받은 피검사




오후에는 집 뒤에 있는 산 하나를 넘는 산책길에 나섰다. 산길을 걷다보면 평지를 걷는 것은 근육 단련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산길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걷다가 평지로 끝나는 산책길은 허리, 허벅지, 종아리 근육 단련에 효과가 있음이 가시적으로 느껴진다.


매일 보는 이웃집 양들의 몸집은 하루가 다르게 부쩍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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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년 중 10달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이런 한적한 풍경을 보노라면 세상에 근심걱정하며 아둥바둥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산책 하는 데 두 시간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은 겨우 3명 정도 밖에 안된다. 삶을 되돌아 보며 명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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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그렇듯 남에게 꼭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나더러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는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날 이 동네 사는 여자가 말했다. 프랑스는 장애인들과 아픈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나라라며 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나라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이 꼭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사람들의 말 속에서 상처받지만 오늘도 이렇게 좋은 공기에서 파란 하늘 아래에서 일상적인 산책을 할 수 있는 자연에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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