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에서 보내는 일상 - 이미지와 현실 1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2019년 6월 9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자연공원의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나의 일상이다. 엊그제 친동생에게 카톡으로 우리 동네의 사진을 열장 정도 투척했더니 동생에게 답장이 왔다.
하늘이 맑구먼, 이 노래가 생각나는 풍경이네.
라며 ‘전원일기’의 노래를 보내 주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이 마을에 두 번 방문했다. 그 때마다 매번 파란 하늘에 고운 새색시 같은 빛깔의 ‘빨주노초파남보’ 선명한 색깔로 이루어진 무지개를 보여 주었다. 한국에서 살 때 무지개를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 마을에서 두 번 왔는데 두 번 모두 무지개를 봤다니.. 100퍼센트의 확률로 무지개를 보았다. 그것도 나흘정도 짧게 머물렀을 뿐인데 말이다. 그 당시에 이 동네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입이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봉주흐’라며 인사를 하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어디서나 마주치면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 사회라니.. 하며 말이다.
그래서인지 결혼 하기 전에 그 때 당시에 프랑스에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라고 생각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것이었다. 내가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면 아마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독서’라는 것이어서 그런 듯 싶다.
게다가 프랑스 남부 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것이 피카소, 샤갈, 반고흐, 모네, 모딜리아니, 폴 시냑 같은 유명한 화가들이 사랑했던 따스한 풍경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고,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 밭에서 와인을 수확해서 저녁에는 조그만 비스트로에 정겹게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즐기는 그런 모습이었다. 또는 은퇴해서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벗어나서 여류로운 삶을 누리며 일상에서 조그마한 행복을 찾는 그런 삶이 연상되었다.
또는 구속을 싫어하면서도 동시에 자유로운 연애가 허락되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모든 감정을 서로 토론했다는 샤르트르와 시몬 드 보봐르의 계약결혼도 떠오르기도 했고, 소꿉친구 아델르와 결혼했던 빅토르 위고.. 위고가 열심히 책을 쓰는 동안 위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위고의 친구가 자주 위고의 집을 찾게 되고, 그 과정 중에 부인인 아델르가 위고의 친구와 눈이 맞아서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는.. 거기에 대해 위고도 창녀, 배우, 유부녀 할 것 없이 모두 관계를 맺으며 맞바람 피웠다는... 이런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자유로운 연애가 허락될 것 같은 그런 이미지 말이다. 또한 "Il est interdit d'interdire.(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68혁명의 대표적 구호도 연상되면서 프랑스 하면 ”혁명“이라는 글자가 머리에 자동으로 입력되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나의 일상은 내가 영화나 책이나 미술에서 입력되었던 프랑스의 달달하면서 혁명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 요즘 나의 삶은 이 그림과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와서부터 계속되는 집안공사...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 요즘 일주일에 3-4번 정도 만나는 ‘니꼴 할머니’에게 그 말을 했더니 할머니 말씀이...
나는 1980년부터 우리집 공사중..
할머니가 이 동네에 40년 전에 이사와서 지금도 공사중인거 보면 '인생은 공사중..'인가 싶다. ㅠ
집 이사와서 집 밖에 있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모두 하고, 정원이 모두 흙으로 뒤덮혀 있어서 콘크리트를 깔아서 길을 만들었다. 인부를 고용하는 것은 비싸서 남편이랑 나랑 둘이 일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왼쪽에 울타리를 세웠다. 길가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우리집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울타리를 세웠다.
올해는 오른쪽에 울타리를 세워야 한다며 지난주에는 150개의 나무판자에 햇빛이나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페인트를 손수 칠했다.
그리고 어제는 드디어 나무판자 하나하나씩 세우고 고정해서 벽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살 때는 공부하고 책만 볼 줄 알았던 나였는데, 여기 살면서 노동에 대해서 진정으로 배우는 매일이다. 오늘은 어제 세웠던 벽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콘크리트를 바닥에 부어야 하기 때문에 또 일하러 가보련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Bravo,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