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2019년 9월 7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3 (화) ‘조정관 할머니 래퍼’의 소환에 응답해서 간 날...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을 읽어주세요.
https://blog.naver.com/sjaksdmf010/221641701391
성능 우수한 진공 청소기로 남편과 나의 에너지를 다 뽑아 내어 드시는 조정관 할머니 래퍼에게 우리 커플은 기를 아낌없이 다 빨리고 너덜너덜해져서 집에 돌아온 날...
나는 언젠가 이웃집 여자처럼 항의 편지를 써서 시청에 보내는 날이 올까? 그리고 조정관 할머니 래퍼처럼 쉬지 않고 프랑스어를 그렇게 말하는 날이 올까? 한국어 단어도 잊어버리는 0개 국어자로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질문..
언젠가는 되겠지? 듣다 보면 되겠지? 10년 정도 듣다 보면 말이 트이지 않나? 그러지 않나? 라는 질문 마시라.. 프랑스어가 그런 언어가 아니더라...
9/4 (수) 국립 대학 어학원 오리엔테이션 있던 날...
등록할 때 convocation에 적혀 있었던 사항이 9월 5일 개강이지만 전날 오리엔테이션이 있다고 설명해 줬기 때문에 학교에 간 날...
아침 4시에 기상했다. 그리고 대충 아침을 먹고 간밤에 남편이 챙겨 주었던 사랑의 도시락을 들고 5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버스가 아침에는 한 대밖에 없기 때문에 그 버스를 놓치면 학교에 갈 수가 없으므로 앞으로는 새벽 4시에 매일 기상해서 5시 10분에는 집을 나와야 한다.
간밤에 도시락을 싸주었던 남편은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새벽.. 자고 있는 남편에게 비주를 하고 등굣길에 나섰다. 이 나이에 출근길이 아니라 등굣길.. 이라니.. 뭐랄까? 나이가 들었음에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삶의 형태가 아니었나 싶다는 생각을 하며 경쾌한 마음으로 걸어갔던 아침..
9/5 (목) 국립 대학 어학원 개강날...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던 어제,
분명히 오후 5-6시 사이에는 반과 시간표를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이메일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신신당부해서 30번은 이메일 들락달락... 안왔던데요?
그러나 일단 개강날이고 학교에 가는 버스가 한 대밖에 없다보니 일단 버스를 타고 또 트람(전차)를 타고 Saint-Eloi 역에서 내렸다. 길거리 신문인 20min을 나누어주는 언니.. 날씬하고 게다가 날렵하게 촥촥촥~~~~~ 한부씩 배포해 준다. 예쁜 언니가 신문을 나누어 주니 꼭 신문을 꼭 받고 싶다.
이봐~~~ 자전거 타는 양반! 이러지 말자구요. 왜 역주행 하시나요? 건너편 길로 가서 화살표 보고 정주행 해서 가도 되는데 굳이 이 길로 선택하는 이유가? ㅠ
이런 저런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학교에 8시에 도착...
원래는 8시면 아무도 없고 한가할 시간인데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깜짝 놀랬다, 두 번째는 게시판에 학생들의 반 명단과 반 시간표가 붙어 있어서 또 한번 놀랬다. 이것이 프랑스 시스템인가?
나도 나름대로 대학 다닐 때 인터넷으로 수강신청 하던 세대였는데, 프랑스..제발 이러지 말자구요.. 벽에 붙어 있는 시간표와 배정된 반.. ㅠ 이메일로 보내준다며? 끝내 이메일로 안보내 주는 프랑스 시스템... 벽 보고 알아서 하래.. 알겠습니다. 분해서 벽에 있는 시간표 사진 다 찍었음... 헤헷~~
바로 당일부터 수업이 있었다. 내가 배정된 반에 들어가보니 반 구성원이 엄청 좋았다.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미국 텍사스, 브라질, 러시아, 베트남, 등 한 군데도 같은 나라 출신이 없어서 엄청나게 사람들이 흥미있고 재미있고 다이나믹했다. 나는 문화의 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엄청나게 환영하기 때문에 이 반이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트람(노선 전차) 안에 술취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바닥에 물 같은 것이 있어서 궁금증을 이내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마담에게 물었다. 왜 바닥에 이렇게 물이 있죠? 그랬더니 그 마담 대답이 그거 술이라며.. 이 사람이 술을 마시고 이렇게 엎질러 놨다고 설명해 주었다.
트람(전차)가 방향을 바꾸자 남자가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누웠다. 5초간은 누워 있었다. 옆에 서 있던 할머니가 깨우자 일어나서 다시 의자에 앉아서 다시 잠을 청한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
아침 5시에 집 나갔는데 저녁 7시에 귀가.. 14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구나..
남편이 오믈렛이라며 저녁을 만들어 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다. 굉장히 고마운 남편.. 이럴 때는 남의 편이 아니라 내편..
9/6 (금) 하루종일 수업 들었던 날
또 이른 새벽에 별을 보며 큰 곰자리, 작은 곰자리..별들이 보이나.. 어려운 이름을 가진 별자리는 모르니.. 나의 짧은 별자리 지식이 안타까울 정도로 총총히 보석처럼 빛나는 동물 같은 형상을 지닌 무수한 별들이 나의 등굣길을 함께 했다. 이런 고요함과 적막함이 끝났음은 버스에 타서 도시로 진입하는 순간부터이다. 이제 커텐이 올랐다. 내 옆에 앉은 마드모아젤은 두툼한 한 눈에 봐도 450페이지는 되어 보일 듯한 책을 꺼내서 읽고 있다.
거봐. 아침 8시에 도착하면 보통 이렇게 한가하다고..
아차.. 어제는 내가 깨닫지 못했는데. 시간표를 보니 화요일 시간표에 문제가 있음을 오늘 인지하게 되었다. 나는 각 나라의 대표단으로 구성된 그 그룹이 200% 폭발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예쁜 인형같이 생겼지만, 멍청하지 않고 오히려 설명도 똑 부러지고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한 예쁜 러시아 마담은 나와 ‘마담’이라는 공통된 점이 있어서 인지.. 불과 그 짧은 순간에 이야기를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타고난 DNA 유전자인지 길쭉길쭉하고 딱 부러진 어깨에 상냥하고 호기심 천국으로 많은 질문을 나에게 하는 핀란드 출신의 마드모아젤, 난 그녀가 참 좋았는데.. 190cm 정도 되는 키를 가진 그녀는 항상 고개를 수그리며 조그만 키의 나의 말을 경청해 주며 질문을 속사포처럼 해대곤 했었는데..
두 개 국적을 가진 브라질 마담은.. 이미 본인이 원하는 그룹으로 바꾸어서 수업을 듣고 학교에 나중에 요청하는 너네가 뭔대? 날 따라와봐.. 라는 포스를 가진.. 스페인 국적도 가지고 있고 브라질 국적도 가지고 있는 마담..
중학교 때부터 선택과목으로 의무적으로 언어를 들어야 해서 프랑스어를 공부했다는 아주 18살의 젊은 노르웨이 출신..
아직 말은 어눌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혼자의 몸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하러 몽펠리에에 온 뉴질랜드 출신 마담.. 공무원 출신으로 일하다가 인생을 바꾸고 싶어서 프랑스에 왔다고 함.
몽펠리에에서 어학을 마치고 나면 대학원을 파리로 가고 싶다고 했던 마드모아젤 2명 등..
그러나.. 짧지만 이런 많은 정보를 입력했던 내가 좋아했던 그룹이 결국 시간표가 맞지 않아서 반을 바꾸어야 했다. 반을 바꾸는 요청을 하고 바로 새로운 반으로 들어가서 수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해서 결국 오후 3시 15분까지 한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하루 종일 수업.. 6시간 수업을 줄곧 들었다. 피곤하지만 재미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역에서 버스에 타는 그 순간까지 담배피우며 기다리는 젊은이들... 흔히 보는 광경.. 이런 흔한 광경은 나에게 프랑스는 자주 비흡연자가 흡연자에게 똘레랑스를 보여야 하는 나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가한 시골 우리 동네에 도착해서 모든 긴장을 풀고 걷고 있는데 왠 비행기가 4대나 아주 가까이에서 날고 있다. 요즘 날씨가 너무 건조해서 산불이 났나? 싶었는데..아니나 다를까 2시간 가량 정도 화재 진압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서 기후의 변화로 도래된 문제가 우리집 근처에도 일어나고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