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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4화

by 마담 리에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2019년 9월 21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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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14 토


요즘 프랑스어를 배우러 다니느라고 아침에 5시에 집을 나서면 저녁 7시에 집에 다시 돌아온다. 집에 오면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밥먹고 설거지를 하면 이제 잠잘 시간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는 것은 엄청나게 재미있다. 굉장히 빡세게 가르치는 선생님들 덕분에 요즘 나의 영혼을 비롯해 모든 관심사가 공부에 가 있다. 그러나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었다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 하루 기껏해야 두시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최대치이다. 이후에는 각자의 꿈을 꾸며 잠자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같이 꼭 자연 속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서 아침에 산책을 나섰다. 늘상 보던 풍경이지만 질리지가 않는다. 오히려 요즘은 이 풍경을 보며 매일 걸을 수가 없어서 아쉽기 그지없다.

이웃집의 양들이 굉장히 조용히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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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파는 꿀은 우리 동네 office de tourisme에서도 추천하는 코스일 정도로 맛과 촉감이 약간 특이하면서도 굉장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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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가 어찌나 많이 매달려 있던지 나무 가지가 무거워서 내려 앉았다. 이 곳의 밤은 굉장히 크고 아주 맛있다. 단점은 이 밤나무들의 주인이 너무나도 부지런해서 땅바닥에 하나라도 떨어져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모두 매일 다 따서 가지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작년에 바람이 많이 불던 날 걷다가 밤송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몇 개 가져 와서 집에서 삶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후로는 밤을 수확하는 9월이 매년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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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인이 키우는 호박도 어찌나 큰지.. 내 얼굴 크기의 5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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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양, 밤나무 등을 보다가 이렇게 커다란 모던한 큰 건물.. 분위기가 단번에 확 바뀐다. 여기는 당연히 내가 사는 산골짜기 마을이 아니라 책을 사러 몽펠리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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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이렇게 손 글씨로 책을 추천하는 글이나 생각이 적혀 있다. 디지털화된 요즘 시대이지만 손글씨로 쓰여져 있는 이런 분위기가 나는 너무 좋다. 그래서 편지쓰기가 엄청 중요한 나라인 프랑스에 살고 있나 보다. ㅠㅠ 모든지 내가 꼭 편지를 써야 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남이 쓴 것을 보는 것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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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lanade de l’Europe도 한바퀴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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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도서관 앞에 있는 디오니소스 동상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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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데도 자리를 빼곡히 메우며 신문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는 사람들 덕분에 마을 모두의 도서관의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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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1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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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사발로 커피 한 공기를 마신다. 사약을 받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사발 커피가 좋다.


St. Aunes 의 상징인 두 그루의 사이프러스... Pioch Pa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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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이 예뻤다. 덕분에 즐거운 아침 산책...

조카들 세명.. 생일 축하 한다고 모였다. 조만간 한 살이 되는 ‘으제니’는 아빠의 쁘띠 버전이다. 어쩌면 부녀가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지..


# 20190916 월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남편이 저녁을 준비해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 가게 된 이후로 남편이 매일 저녁을 준비해 준다. 그래서 매일 매일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정말 고맙다. 우리 둘다에게 많이 힘들었던 작년 한 해를 보내고 나서는 더 감사함을 느끼는 매일이다.


매일 매일 학교에는 사람이 많다. 수업이 엄청나게 돌아버릴 정도로 빡세다. 선택 과목도 프랑스 문학과 문화와 유산을 선택해서 엄청나게 어렵고 흥미있다. 중년의 나이에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다.


가수 펄 베일리는 프랑스어 대신 신학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게 프랑스어다.



어쨌든 주중 동안 매일 수업을 들으면서, 빨리 빨리 작동하기 힘든 나의 조선시대 컴퓨터의 속도와 용량의 뇌는 이미 풀 가동했다. 오늘은 금요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다. 내일은 아침 4시에 기상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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