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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9화

by 마담 리에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2020년 3월 26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의 일기는 대략 두달 동안 있었던 일상생활이다. 학교에 등하교를 하는데만도 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의 반복이다.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고 거의 같은 시간인 8시 10분 정도에 학교를 도착하고 같은 시간에 학교에서 나와서 집에 도착하면 저녁 7시, 화요일에는 저녁 8시 30분에 집에 도착하는 흡사 입시를 목전에 둔 고3 수험생활과 비슷하다.


IMG_2071.jpg 내 의견을 제대로 언어로 전달 못했던 찢어진 마음은 매일 아침 학교를 묵묵히 갈 수 있었던 커다란 원동력... 배움의 기쁨...


IMG_3712.jpg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트람을 타고 동일한 학교에 다니는 일상이지만 매일의 날씨에 따라서 계절의 순환에 따라서 보는 풍경이 달라진다. 아침에 부엉이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면서 우리 시골 동네를 떠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골을 떠나서 몽펠리에에 도착했다는 신호는 일단 아침 교통체증으로 시작한다. 몽펠리에 도시에 진입하기도 전에 변두리 지역에서부터 수십킬로미터나 줄지어서 서있는 수많은 차량들.

IMG_3623.jpg 몽펠리에 진입전...


그리고 부모님의 커다른 우산아래서 보호받으며 그냥 공부만 하면 되었던 고3 수험생활과 주부 생활을 하면서 생존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의 생활에는 명백하게 커다랗게 다른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주중에 시간이 없어서 미처 하지 못했던 집안일들을 주말에는 정말 미친 듯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저녁 잠잘 때까지 한 주간 밀렸던 집안 대청소를 하고 주말과 다음 한주를 위한 반찬을 준비해야 하며,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아마존 정글과도 같은 정원일을 해야 한다는 것. 날씨가 따뜻해지면 돌아올 모기들과 벌레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나뭇가지들도 잘라줘야 하고 산소가 통하게 땅도 일구어줘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정원일을 하고 나면 집에 새들이 많이 날아와서 하루종일 지저귄다.

IMG_4196.jpg 주말에는 남편과 정원일을...

이 곳에 살고 나서부터는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따로 음악을 듣지 않는 버릇이 말이다. 그 이유는 새 중에서도 chanteur(가수)라고 불리우는 소프라노 음색을 가진 Merle(티티새)가 너무나도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하루종일 노래를 불러서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중간에 추임새를 넣는 pivert(딱따구리) 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다가 옆집에 있는 coq(수탉) 소리가 고요함을 살짝 깬다. 그리고 해가 지면 바로 들려오는 chouette(올빼미) 소리, 간혹 hibou(부엉이) 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평화로운 순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 어학당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는 레벨이 높아지자 사용하는 어휘는 비롯해서 배우는 난이도도 굉장히 높아졌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한주간 해야 하는 숙제도 주중에 시간이 없으니 주말에 이 모든 숙제도 해야 하고 발표 준비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저한 시간 부족으로 인하여, 주말에도 주중과 마찬가지로 새벽부터 일어난다. 미친 듯이 집안일과 정원일을 하고 나면 저녁에는 베개와 맞닿는 순간 바로 수면에 돌입이다. 꿈마저 급하게 꾸는 듯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IMG_2227.jpg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트람...


IMG_3632.jpg 귀가길의 버스에서 본 하늘...


그런 일상이 지난 3월 12일 목요일 저녁,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 엠마뉘엘 마크롱의 발표로 인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모든 학교가 휴교되었다. 일단 후유~~~~~ 하고 정말이지 커다란 안심의 소리가 나왔다. (그 동안 숨도 크게 못쉬고 이렇게 참고 있었단 말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통근을 해야 하는 길에는 항상 몽펠리에의 모쏭(Mosson)을 들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집으로 가는 시외 통근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모쏭(Mosson)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기점이자 종착역인 모쏭(Mosson)에 항상 가야 한다. 그러나 이 구역이 그다지 안전한 구역이 아니다.


그러나 작년 12월에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이 구역의 사람들의 분위기가 더 악화되었다. 부르카를 쓰고 다니는 여성들도 간혹 발견할 수 있으며,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시아인인 내가 트람을 타서 자리에 앉는 순간 한 아주머니가 본인 머리에 쓰고 있는 스카프로 코를 가려서 막으면서 계속 인상을 쓰고 있으면서 눈치를 주었다. 그리고 한 젊은 그쪽 애들이 트람에 내려서 아시아인들을 향해서 유리창을 향해서 딱딱~ 두 번 노크를 하는 일도 당했다.


정말이지 이런 일상생활속에 스며들어와 있는 그들의 인종차별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아시아인들을 향해서 애네들의 스포츠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이 구역에는 위험한 구역이라서 경찰도 오지 않고, 트람 표 검사하는 검사원도 이 동네에서는 안한다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이 거의 없는 이 구역을 항상 지나가야 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고역이고 학교가 아니라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는 구역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그들의 인종 차별행위로 인해서 거의 폭발의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 대통령 마크롱이 학교 휴교령을 발표했다. 그러니 나로서는 당연히 큰 안심의 소리를 내쉴 수 밖에....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 인터넷 강의로 효과가 없으니 6시간의 통학거리를 불구하고 학교에 다녔던 것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그 동네의 분위기는 더 이상 접하고 싶지 않기에 당분간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커다랗게 안심이 든다. 무사하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가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IMG_3716.jpg 학교에 붙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설명
IMG_3140.jpg 아침 7시 30분에 트람 타기 위해 기다린 모쏭에서...


IMG_2227.jpg Saint-Éloi 트람 역 TC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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