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신비로운 세계로의 초대>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2020년 7월 27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밤 하늘의 별을 보러 갔다. 솔직히 넓은 방과 편안한 감촉의 침대를 포기하고 산에 올라가서 산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소리를 근처에서 감지하면서 몸을 움직이면서 잠들기도 힘든 작은 텐트 속에서 잠을 청하는 일은 귀찮다. 그러나 한 여름 날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러 가자며 기대에 찬 간절함이 짝궁의 얼굴에 역력히 보이는 순간이면, 편안함을 포기하고 약간의 거추장스러움을 선택하게 된다.
유럽의 여름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한국보다는 길다. 저녁 8시 30분에 도착한 산에서 바라보는 광경에 아직 해는 산 위에 걸쳐 있었다. 이 곳에 오면 항상 하늘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콘크리트 건물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눈앞으로 시원스럽게 확트인 풍경은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 해방된 자유를 가져다 준다.
높은 고도에 이를수록 더 많이 보이는 Bruyère(히스의 헤더꽃)의 자주빛의 꽃에 코를 가까이 하니 익숙한 꿀향기가 난다.
그리고 거친 기후에서도 더 강인하게 살아남아 해마다 더욱 많아지는 노란 꽃을 가진 Genêt(금작화) 주변으로 온통 매혹적인 향기는 꽁꽁 닫혀진 마음도 다소곧하게 부드럽게 열리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 두어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텐트를 펼치고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저만치 멀리에서 개구리 합창단이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에 대한 화답인가? 바로 귀뚜라미도 울기 시작한다. 이제 모두가 잠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은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인가 보다.
텐트로 돌아와 와인 한 잔을 마시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최초의 별이 떴다. 바로 ‘목동의 별’이었다. 예전에 목동들이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 그리고 저녁이 되어 양들을 몰고 들어올 때 언제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던 그 ‘목동의 별’이다. 잠시 후에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별들이 선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육안으로도 분명하게 보인다. 선명하게 국자모양의 별의 북두칠성이 환호성을 지르게 하면서 시리우스, 오리온, 북두칠성에 관한 알퐁스 도데의 ‘별’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저 별(시리우스)에 대해선 양치기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시리우스)’이 ‘세 명의 왕(오리온)’, ‘닭장(북두칠성)’과 함께 친구 별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더랍니다. ‘닭장(북두칠성)’은 성질이 급해 제일 먼저 길을 떠나 윗길로 갔다는군요. 보세요, 저기 하늘 한복판에 있지요? ‘세 명의 왕(오리온)’은 아랫길로 질러서 ‘닭장(북두칠성)’을 따라갔답니다. 그러나 느림보인 ‘쟝 드 밀랑(시리우스)’은 늦잠을 자다가 맨 뒤에 처지고 말았지요. 화가 난 그는 두 친구를 멈춰 서게 하려고 지팡이를 던졌답니다. 그래서 ‘세 명의 왕(오리온)’을 ‘쟝 드 밀랑(시리우스)’의 지팡이라고도 부르지요.
알퐁스 도데의 ‘별’ 중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별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 보려 했다. 그러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수많은 빛나는 별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아주 조그만 반달을 제외한 나머지는 온통 까만색으로 뒤덮인 사진들은 마치 피에르 술라주 화가의 작품들을 떠오르게 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은 비밀스러운 신비로운 세계의 문이 열려 잠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듯한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