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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12화

by 마담 리에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2020년 8월 1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한국에 사는 한 지인이 이번에 이사 갔다며 찍은 사진을 보았다. 다른 아파트들마저도 작아 보이게 하는 굉장히 높은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에 현기증이 났다.


2.


반면 전혀 고층 건물이 없는 1,6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프랑스 남부의 시골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옛 친구의 사진에는 늘 같은 풍경이다. 와인, 맥주들과 함께 푸짐한 음식들이 잔뜩 놓여 있는 식탁에 올해 94세가 된 시할머니와 함께 식사하는 친구의 가족들... 제 작년도 작년도 올해도 바뀌지 않은 풍경... 다만 바뀐 것은 그녀의 아이가 부쩍 자랐다는 것.


3.


요즘은 가벼운 것이 유행이라지?


몸무게도 가볍게, 말도 줄여서 짧고 가볍게, 사람들과의 만남도 가볍게, 뇌의 숙고 시간도 짧고 가볍게... 끈적끈적한 찰밥 보다는 인도·파키스탄 산(産)의 바스마티(Basmati)쌀로 지은 날아가는 밥알처럼 말이야...


4.


대화가 그립다. 짝궁과 적어도 하루에 4-5시간은 말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로 이야기 하는 것은 아직도 고급지고 풍성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은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마저도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나의 답답한 갈증... 책을 읽으면서 이 갈증을 해소해 보려 하지만 언제나 늘 2% 부족한 갈증 상태...


가볍고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는 것이 장려되는 것 같은 현대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저만치 동떨어져가는 레트로와 아날로그 감성으로 역행하고 있는 나...


모두가 잠들어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누군가 꾸준하게 변함없이 찾는 심야 식당과 한 밤의 라디오의 어느 방송 같은 그런 사람이고픈 어느날의 상념...


5.


교육의 평등에는 수없이 많은 장점이 존재하겠지. 교육의 기회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면 사회적 불평등은 보다 심화되고 고착될 것이기 때문에 신분 사회가 아닌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회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지.


그러나 3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내가 사는 프랑스의 시골에서는 글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꽤 많아서 언어에 대해 배우기를 미치도록 갈망하는 나에게 오히려 기초 수준에서 멈추기를 강요하며 그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차단한다.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


6.


대학교 학부와 대학원 시절 내내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녔다. 그 때마다 친구(?)라고 자칭하는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공부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안하는거야.”라고 말이다. 그 아이는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과는 인연이 없었다.


늘상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노력하면 잘할 수 있는데...,” 라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상황에 빈번하게 노출이 될 때면 마치 카스테라 백개를 입에 꾸역꾸역 집어 넣어서 목이 멘 듯한 느낌이다. 사이다가 목구멍을 뚫고 폐를 찔러 복부까지 관통하는 시원함을 맛보고 싶은 답답한 느낌 말이다.


IMG_5978.jpg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파란 하늘에 위로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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