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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15화

by 마담 리에

네이버 블로그에 2020년 11월 14일에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도서관에서 온 이메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약 3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프랑스 남부의 시골이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남편이 일하는 조금 더 큰 마을에는 2,500명이 살고 있다. 예전에 이곳과 파리가 기차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파리지앵의 부자들이 이 곳에 별장을 샀다고 한다. 가을을 제외한 연중 내내 거의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이 곳 날씨는 무엇보다도 햇빛이 부족한 파리지앵들에게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공기도 좋고 게다가 물까지 좋아서 온천이 있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동네에 커다란 도서관이 존재하지는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조그만 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에는 내가 읽을 만한 책이 별로 많지 않아서 집에서 10km 떨어져 있는 옆 마을(6,000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한다. 책과 DVD를 대여하는 이용료는 1년에 12유로이다. 한 달에 1유로인셈이다. 게다가 나는 작년부터 국립대 어학당을 다니고 있는 관계로 학생증으로 50%를 할인받아서 1년에 6유로로 이용중에 있다. 도서관을 꽤 잘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 달에 50쌍팀(한국 환율로 650원 정도)나 1유로(1,300원 정도)는 지출해도 아깝지 않다.


그 도서관에서는 정기적으로 행사나 공지사항이 있으면 이메일을 보내준다. 이번에 도착한 이메일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미소짓게 하는 유머가 담긴 사진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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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마존 vs 동네서점


요즘 프랑스에서는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 아마존을 거부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필수품’을 제외한 상점들은 영업을 금지당했고 그로 인해 아마존이 굉장한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인터넷 서점은 21%의 판매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절반이 아마존을 통해 판매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특히 파리의 Anne Hidalgo(안 이달고) 시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Je le dis vraiment aux Parisiennes et aux Parisiens: n'achetez pas sur Amazon. Amazon c'est la mort de nos librairies et de notre vie de quartier.

"파리 시민들께 진심으로 청합니다. 아마존에선 물건을 사지 마십시오. 아마존은 서점의 죽음, 우리의 지역생활의 죽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마존에 대한 기사를 찾아서 읽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Jean-Baptiste Malet가 쓴 글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쓰기 스타일이다. 어려운 것을 제대로 분석해서 많은 어려운 정보들을 알게 쉽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가장 싫어하는 글쓰기 스타일은 어려운 것을 어렵게 쓰는 사람과, 그러면 안되겠지만 쉬운 것도 어렵게 쓰는 사람의 스타일은 싫다.) Jean-Baptiste Malet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특파원이면서, 두 권의 책을 출판하고 영화 “토마토 제국”의 감독이기도 한다.


그가 2013년에 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의 일부분을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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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일자리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물건 파는 공장’으로, 특정 기술이 없는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종이 상자만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고용된 이유는 단 한 가지, 로봇보다 싸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분를 읽고 나서 이제 아마존을 더 이상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선택은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작은 우리 동네에 작은 서점 하나가 있다. 서점 주인은 중년 남자로서 독신이며 게이이다. 게이라고 말하는 것에 차별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 다만 그 서점 주인이 우리집 앞을 지나칠 때면 우리 남편과는 정답게 눈을 맞추며 인사도 하고 우리집 정원의 나무들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조언도 주는 등 분위기가 부드러운 반면에 나에게는 인사도 안하고 ‘모든 것을 얼려 버리겠어’의 겨울왕국의 엘사 분위기였기 때문에 동네 서점을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에는 아마존의 실태에 대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동네 서점에서 주문하고 책을 받아보는 click & collect 서비스를 이용해 보려고 한다.


Jean-Baptiste Malet가 쓴 원문의 전문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링크를...


https://www.monde-diplomatique.fr/2020/04/MALET/61592



3. 유튜브 후원


예전에 첫 번째 외출 제한령이 있었을 때에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이 있었는데, 문과생이었던 나로서는 이과생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코로나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웠었다. 그리고 학생인데 외출 제한령으로 인해서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게 되었고 전업으로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며 영상마다 후원해 달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길래 그 사람의 개인 통장으로 후원을 했다.


내가 2016년부터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어가 충분치 않아서 아직까지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책과 공부에 투자하는 것을 제외하고 돈을 쓰지 않는다. 나를 위해서 옷도 한 벌 잘 사 입지 않는 나로서는 꽤 큰 돈을 후원했다. 후원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학생이고, 한국사람이고, 프랑스에 살고 있고, 영상이 공부를 많이 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그 정도의 연구가 들어가는 고품질의 영상을 앞으로도 봤으면 좋겠다는 기대에서 후원했다. 그러나 8개월째 지켜보고 있는데 실망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영상을 제외하고 그 뒤로 올라온 영상들은 모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차별성이 없는 영상만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별로 볼만한 가치가 없는 영상에 구독만 하고 광고만 봤어도 그 사람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유튜브의 체제인데... 거기에다가 그 사람의 개인 통장으로 송금까지 해 주었던 나는 바보 같은 짓을 해버렸다.




4. 가을이 되면...


가을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10년전 일본에 살 때, 나는 일본어를 배우러 어학당에 다녔다. 아마 9월부터 12월까지 가을학기를 다닌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집에서 살던 곳에서 어학당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1시간 40분을 가야 했다. 나는 그때 일본어를 고시 공부 하듯이 매달려서 했다. 그랬더니 3개월만에 일본어 실력이 수직상승을 했다. 그 전에 10년동안 봤던 일본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의 탄탄한 리스닝 실력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정말 일본어가 재미있었고 배우던 책을 안보고 모두 암기를 할 수가 있었고, 프랑스어와는 전혀 다르게 발음도 쉬웠던 일본어를 배울 때 나의 일본어 실력은 주가가 폭등하는 것처럼 매일 매일 늘었다. 내가 속해 있던 반에서 학기 초에는 그럭저럭 중간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데 학기말이 되자 각 과목의 1등상을 5개 중에서 3개를 받았다. 조그마한 상품이었지만 내가 거의 독점을 했다. 그렇게 일본어 공부에 깊이 빠져서 3개월을 보냈다. 나는 어학당에 가기 위한 기차 안에서도 앉아서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변의 풍경은 둘러보지 않고 그렇게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내 머리를 충격을 주었다. 낙엽이 가득한 가을이 아니라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어학당에 다니는 가을 내내, 나는 가을의 풍경을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 살 때의 내 기억 속에는 가을이 빠져 있다.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이제 가을만 되면 자연의 변화를 매일 보고 싶어한다. 특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의 자연은 너무나도 예쁘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것 같다. 내가 심적으로 너무나도 힘들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아플 때도 매일 걸었던 산이다. 치료 이후에는 관절이 약해져서 부서져 내리는 듯한 지금도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장소이고 그리고 앞으로도 매일 걸으며 매일 변화하는 풍경을 눈에 담고 가슴에 담고 싶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나를 신체를 회복하게 해주고 정신적인 절망에서도 나를 구한 나의 생명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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