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26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승자는 거북이 ?

by 마담 리에

네이버 블로그에 2022년 1월 18일에 있었던 일을 포스팅 한 글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저의 생각 또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정수'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 승자는 거북이 ?


어렸을 때 누구나 다 읽어서 알고 있는 라퐁텐의 옛날 동화 중 하나가 ‘토끼와 거북이’라고 생각한다. 위키백과 줄거리로 간단하게 복기를 해보자.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매우 느렸다. 어느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자극을 받고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였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중간에 낮잠을 잔다. 그런데 토끼가 잠을 길게 자자 거북이는 토끼를 지나친다. 잠에서 문득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빨리 뛰어가보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D%86%A0%EB%81%BC%EC%99%80_%EA%B1%B0%EB%B6%81%EC%9D%B4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어렸을 적에는 주입식 교육으로 이 이야기는 토끼“똑똑하지만 게으른 사람”을 상징하고, '거북이'는 재능이 없지만 성실한 사람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본인의 능력만 믿고 낮잠을 잤던 토끼를 거북이는 성실함으로 이겼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라고 배웠다. 그리고 이 교훈을 통해 우리는 낮잠을 자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성실하게 거북이처럼 노력하는 삶을 살라는 말까지 덧붙여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마흔 중후반의 나이까지 한치의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엊그제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능이 있는 토끼가 재능없는 거북이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달리기 경주에서 토끼가 만약에 잠을 안잔다면? 재능 있는 토끼가 본인의 목표를 달성을 하고 나서 낮잠을 잘 수도 있지 않는가? 아무리 성실하다고 해도 재능없는 거북이가 낮잠을 안자고 달리는 토끼를 이길 방법은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이 생각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몇일 전 아침에 내가 한시간에 걸려서 40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똑같은 문제를 남편에게 풀어보라고 했다. 스톱워치를 켜고 시간을 쟀다. 똑같은 문제를 푸는데 남편이 걸렸던 시간은 8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토끼와 거북이’ 동화가 생각났다. 문제 푸는 속도로 봐서 남편은 '토끼', 나는 '거북이'였다. 만약 토끼가 잠을 안자면 무슨 수로 거북이가 이길수 있는 걸까? 프랑스어로 된 문제를 풀때는 현재의 나로서는 아무리 해도 원어민인 프랑스인을 상대로 게임이 안된다.


이건 당연한 사실이다. 프랑스인인 남편은 사고를 프랑스어로 하고, 나의 머리속에는 프랑스어로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한국어로 생각을 정리하고 정보가 저장이 되고 있다. 프랑스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뇌에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버퍼링이 있어서 한박자가 항상 느리다. 하루의 에너지를 거의 소진할 저녁이 되면 두뇌의 생각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프랑스어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자유롭게 모국어로 내 생각을 키보드에 실려보내고 싶을 뿐이다.


내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편은 8분… 이 간단한 일은 나에게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게 했다. 내 인생에 프랑스어를 배울 거라고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Merci beaucoup.(매우 감사합니다) 발음도 “멸치 볶음”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나였다.


그러나 내 나이 마흔에 인생의 예정에 없었던 프랑스인을 프랑스도 아니고 한국도 아닌 태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프랑스인은 왠지 모르게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우리 엄마와 닮은 면이 있었다.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멸치 볶음”을 먹기 힘든 나라 프랑스에서 사람들에게 Merci beaucoup.를 말하며 살게 되었다.


아무리 내가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텍스트를 이해하고 소화해 내는 데에 성실함만으로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동화에서는 토끼가 상대방을 보고 달렸기 때문에 중간에 게으름을 피우며 낮잠을 잤기 때문에 졌고, 거북이는 목표를 향해 달렸기 때문에 결국 거북이가 목표에 먼저 도달했다.


그러나… 그러나… 토끼가 낮잠을 안자고 목표까지 도달했다면, 거북이는 본인의 재능의 부족의 한계에 좌.절.하지않고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biblidpoe_004i01.png 이미지 출처 : https://www.iletaitunehistoire.com/genres/fables-et-poesies/lire/biblidpoe_004#histoir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랑스] 일상과 생각의 패치조각들 2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