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정에서 물러나, 나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1. 조용한 사람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나는 늘 조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건 성격 때문이 아니라, 조용히 견디는 방식 외엔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내 감정을 물어주지 않았고, 내가 감정을 드러냈을 땐
누군가의 화살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나는 ‘침묵’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보호였지, 주체적인 삶은 아니었다.
2. 감정에서 물러서며, 삶이 선명해졌다
감정은 타인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조절되지 않으면 삶을 혼탁하게 만든다.
나는 오랫동안 타인의 감정을 떠맡으며 살았다.
위로해 주고, 맞춰주고, 대신 분노해 주고, 책임까지 지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이건 내 삶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들로 뒤덮인 풍경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후 나는 서서히, 감정에서 한 발 물러섰다.
누군가의 고통에 휘둘리지 않고, 내 기분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감각에 집중하면서 내 리듬을 되찾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거나,
창문 너머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 바라보는 일에 집중했다.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인식하면서,
생각이 아닌 감각이 지금 나를 살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내가 원한 건 단순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것.
이제 나는 작은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따뜻한 물, 조용한 대화, 잘 만든 한 끼 식사, 매일 반복하는 루틴.
더 이상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를 위해 애쓰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는 나’를 중심에 둔다.
나는 이제야 안다.
자기 중심성이란, 이기적인 태도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건강한 경계의 회복이라는 것.
4.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타인에게 무엇을 증명하려는 마음은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닿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다.
그건 욕망이라기보다는, ‘나를 설명할 언어를 세우고 싶은 의지’다.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그 과정의 일부다.
내가 살아온 궤적을 정제된 언어로 남기고,
그림과 함께 감각적으로 구성하면서,
내 삶의 형식을 재구성하는 일.
그건 내게 하나의 작은 회복이자,
세상과 접속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이제 나는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냉정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나를 잃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되는 방식을 배운 것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누구의 감정도 짊어지지 않고,
조용하고 명료하게, 내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