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을 내어 주는 마음

by 해오기

아침부터 포틀럭(potluck party: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나눠 먹는 식사) 파티가 열린 듯하다. 수강생 중 한 명이 단호박을 맛있게 쪄 왔다. 집에서 가져오는 동안 식을세라 보온 가방에 꼭꼭 싸서 왔단다. 뒤를 이어 들어온 수강생은 오이와 달걀, 햄 등을 다져서 속을 가득 채운 모닝빵을 만들어 왔다. 마실 건 안 들고 왔다며 서로가 아쉬워하던 찰나, 요구르트를 들고 나타난 또 다른 수강생. 초코파이를 들고 온 이는 차마 못 꺼내 놓겠다며 한쪽으로 가방을 치워 놓는다. 강의는 하나도 안 했는데 배부터 채운다. 또 다른 수업에선 옥수수 파티를 열었다. 사전에 약속한 것도 아닌데 3명이나 옥수수를 쪄 왔다. 찌는 방법에 따라, 넣은 소금의 양에 따라 조금씩 맛이 다른 여러 가지 옥수수를 맛보고, 집으로까지 살뜰히 챙겨 왔다.


화요일에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김밥을 싸 왔다며 먼저 먹고 시작하자는 수강생이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몇 인분의 김밥 속 재료를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마다할 수가 없었다. 강의실 내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어 있어서 근처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수강생은 차에 컵라면이 있다며 어느새 뜨거운 물까지 받아와 식탁을 차려 놓았다. 어쩔 수 없이 또 한입 맛있게 먹고 강의를 진행했는데, 아침부터 길가에 앉아 컵라면과 김밥을 먹은 게 소문이 나 버렸다. 그 시간 그곳을 지나간 사람은 두세 명 정도뿐이었고, 분명 아는 사람은 없었다. 유명인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누가 나를 알아본 것인지 궁금함이 가득했다. 아침을 먹지 않아 살짝 허기진 배를 채웠을 뿐, 나쁜 짓은 하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다. 그리 기분 나쁜 소문은 아니었지만, 소도시 당진에선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수강생들이 매번 간식을 싸 오면, 나도 뭔가 답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은 커피로 보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맛있게 먹어주는 것과 유익한 강의로 보답하는 것. 재미있는 강의를 위해 더 연구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이유다. 요리사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낄 것이다. 입이 짧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이어트라고는 모르는 행복한 돼지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되고 있는 요즘이다.


뭐 하나 내가 더 가질 수 없을까 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내 것을 내어 준다는 것은 앞으로도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내 것을 서로에게 내어주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곳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종종 묻는 사람들이 있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 상대하는데, 특별히 힘든 수강생이 있지 않냐고. 10년 넘게 강의를 하면서도 수강생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거의 없다. 고운 심성을 가진 이들만 글씨를 쓰러 오는가 보다.


강의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 지치고 힘든 날도 있다. 개인적인 일로 하루 종일 기분이 풀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다운되어 있는 내 기분이 그날의 태도로 나타나 수강생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바란다. 글씨를 쓰며 느낄 수 있는 그날 치 행복을 가득 담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내가 글씨로 활력을 얻듯, 그들도 글씨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