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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Jan 01. 2020

대학원 진학에 도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

내가 미술사 대학원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문화유산을 탐구하는게 좋아서 그랬다.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 공부해도 되지만 그러다보면 취미 수준에 머무르고 말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이것은 개인적이면서 감정적인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논하려면 다소 뜬금없지만 주식투자 경험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테크 목적으로 여러 주식 종목을 샀었다. 장기간 투자를 하면서 성과가 없거나 전망이 어두운 종목들은 대부분 정리하였고 지금은 2개의 종목을 주력으로 들고 있다. 하나는 제약 회사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동차 부품 회사다. 두개의 기업은 전혀 다른 업종에 속해 있어서 연관성이 크지 않지만 최근 몇년간 공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바로 새로운 공장에 투자한 것이다. 나는 이 사건에 크게 주목했다. 투자자로서 주목한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왜냐하면 두 기업의 공장은 무인화 비율이 높은 공장이기 때문이다. 


연 50만 켤레를 생산하는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 그러나 관리 직원은 단 10명 뿐이라고 한다.


몇년 전에 4차산업혁명이니 사물인터넷이니 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적이 있었다. 나는 그 당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진행 되어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더라도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니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텔레마케터는 미래에 없어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거 같음


처음에는 단순 노동을 하는 근로자들부터 대체될 것이다. 단순 노동하면 떠오르는 직종은 바로 공장 생산직이다.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는 그보다 약간 더 난이도 있는 단순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식의 변화는 소리소문 없이 계속 될 것이고 그 최종 종착지는 사무직 노동자가 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정책이 이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오를 당시에는 사측에서 인건비 부담 탓에 노동시간을 줄여서 좋아했는데 생각해보니 마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올린다고 했을때는 좋아했는데 막상 오르고 보니 일하기 힘들어짐 ㅜㅜ


최저임금이 오르고 나니 회사에서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많은 압박을 가해왔다. 본인도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게 되었다. 또 이전에는 퇴사자가 생기면 대신할 인원을 채용했는데 지금은 기존의 인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작업을 진행한다. 소위 말하는 "인간 갈아넣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하다보니 업무의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 작년에는 생산 라인 하나를 증설했는데 자동화 라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그쪽은 사람이 필요없다.  


제작년 부터는 없던 정년 퇴임 제도를 만들어서 61세가 된 직원은 퇴사 시키고 있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지니 이런 조치를 취하는 모양이다. 원래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서 정년을 두지 않는게 일반적인데 의외의 조치를 취했다. 


회사 밖에서도 이런 변화는 알음알음 감지되고 있다. 작년에 친구랑 술을 마시고 유명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에 갔는데 직원이 주문을 받는게 아니고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있었다. 나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본 적이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친구 녀석은 많이 해본 솜씨로 능숙하게 주문을 했다. 매장 직원은 키오스크로 받은 주문을 본 뒤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내주고 계산을 했다.

이제 직원의 도움없이 이런걸로 주문을 한다.


작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그리스 특별전을 관람하였다. 그리스 미술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해설을 듣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약간의 돈을 내고 오디오 가이드를 들었다. 유물에 번호가 매겨져 있고 해당 유물 앞에 서면 자동으로 설명이 흘러 나왔다. 초보적인 수준이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미래에는 이런게 도슨트를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넌지시 들었다. 


이거 비슷하게 생긴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했었는데 별로였다.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밖에 자주 돌아다니면서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밖에 못 본 것이다. 사회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설비를 가진사람(기업가 or 자본가), 그런 것들을 운영하고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인공지능 or 로봇 전문가), 그런 것들이 대체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 그런 것들에 종속되어 사는 사람으로 사람들이 구분 되리라 생각한다. 종속되어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최악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종속되어 살아가는 것만 해도 다행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혁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나도 언젠가는 자동화 설비에 밀려나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민하다가 그전부터 관심 있었던 인문학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힘든 분야인 것도 한가지 이유다. 사실 AI로 대체 하려면 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 이쪽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들이 인문학을 잘 모르니까 대체가 되더라도 아주 늦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 한다고 해서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불행중 다행히도 경쟁자인 청년 계층들은 주로 이과 쪽을 엿보고 있는 듯하다. 문과 보다는 이과의 취업률이 높으니까 그리로 많이 몰리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를 보다보면 코딩이나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워야 한다고 하는 광고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보니 그런걸 배우면 취업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광고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관심있게(스킵하지않고) 본 사람들이 많으니 비슷한 또래인 나에게도 추천이 된 것일 터.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들었는데 코딩은 아프리카에서도 많이 가르친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은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데이터 사이언스 마스터 과정? 난 그냥 영어 공부를 하겠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위기가 왔을때 기회로 삼는 사람이 있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위기를 맞는 사람이 있다. 후자보다는 전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워낙 할게 많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엄두가 안나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준비할게 많아서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거 같다. 이럴때 내 주식이 상한가를 쳐준다면 정말 힘이나고 좋을텐데 아쉽다.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서 2020년을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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