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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Jan 26. 2020

부석사 안양루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관문

괘불지주를 지나면 안양루로 들어가게 된다. 천왕문에서 회전문으로 진입할때 보았던 그 어마어마한 높이의 석단을 다시 올라야 한다. 그냥 지형이 그렇게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미타 부처님을 뵙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저질체력의 소유자라면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안양루는 범종루와 마찬가지로 2층의 누각이다. 특이하게도 1층과 2층에 각각 편액이 걸려있다. 아래층에는 안양문, 위층은 부석사라는 편액이 걸려있다(사진3-1). 위층의 부석사 편액은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부석사를 방문했을 당시 써준 것이라고 한다.

(사진 3) 상당히 높은 석단 위에 자리잡은 안양루와 무량수전
사진 3-1. 안양루에는 위아래로 다른 현판이 두개나 걸려있다.


안양문은 말 그대로 안양으로 진입하는 문이라는 의미이다. 안양은 극락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누각만 지나가면 아미타불이 계신 무량수전이 나온다. 그 영역을 극락세계로 설정했기 때문에 안양문이라는 편액을 써서 내건 것이다. 

 

기둥 머리를 보니 공포가 설치되어 있는데 기둥이 없는 공간에도 빼곡이 공포를 설치한 다포 양식이다. 앞서 보았던 범종루와는 건축 기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범종루는 기둥 머리에만 공포를 올린 주심포 양식으로 지어졌다. 공포를 더 많이 넣으면 건물이 좀 더 화려해지는 효과가 있다.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니 일부러 화려하게 꾸민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2층은 마루가 깔린 누각인데 난간이 둘러쳐 있다. 난간 쪽을 자세히 보면 구름 모양처럼 나무 칸막이에 조각을 해서 뚫어놓았다. 아마도 신성한 공간임을 표시하기 위한 장식이 아닌가 싶다. 불전사물을 모신 범종루에도 이런 모양의 장식이 있었다. 

구름을 상징하는 듯한 뚫음 장식. 솔직히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이제 안양문을 지나 극락으로 들어가보자. 들어가면 우선 석등과 무량수전이 보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정말 극락에 가면 이런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일까 생각이 될 정도로 장엄한 광경이다.

(사진 3-2부터 3-5까지)

(사진 3-2) 우선 이렇게 무량수전과 그 앞의 석등이 보이고....
(사진 3-3)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3-4) 안양루 왼쪽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3-5) 안양루 기둥을 통해서 본 풍경


안양루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들어가서 본다면 주변의 나무가 풍경을 가리지 않으니 더 선명한 시야가 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궂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 무량수전을 등지고 안양루를 바라보니 다른 현판이 눈에 띈다. 안양루라고 쓰여있다. 아래쪽에서 들어올때는 문의 기능이 강조되었다면 위에서 볼때는 누각의 용도가 중요해진 것이다. 한개의 건축물을 가지고 두가지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걸 보니 나름대로 창의적인 발상이 작동한게 아닌가 싶다.(사진3-6)

(사진 3-6). 안양루라는 편액이 걸려있는 무량수전 쪽

안양루 내부를 보면 목판에 새긴 여러가지 글이 걸려있다. 그중에 김병연이라는 사람이 쓴 시가 한 수 걸려있다. 김병연은 방랑시인 김삿갓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어릴적부터 신동 소리를 듣는 천재였다. 어릴적 과거 시험에서 홍경래의 난때 반란군에 항복한 선천부사 김익순을 비판하는 시를 적어서 장원급제를 하였다. 그렇지만 나중에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운 나머지 벼슬을 버리고 삿갓을 쓰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한 시를 많이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곳 안양루까지 와서 남긴 시 한수가 걸려있다(사진 3-7). 그 시를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사진 3-7 김삿갓의 시




평생에 여가없어 이름난 곳 못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있고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타고 달려온 듯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백년동안 몇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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