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했는데 구독자가 100명 이하, 이거 계속 해야되나?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안올렸다. 유튜브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도전이지만, 사실상 남들 잘되는거 보고 배가 아파서 뒤늦게 뛰어든 것이다. 또 그동안 나름대로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올렸지만, 노력에 비해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리고 먹방이나 게임 방송, 연애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소재를 다루는 채널들이 손쉽게 구독자를 모으는 걸 보고는 착각에 빠졌다. 문화유산이라는 나름 거룩한(?) 주제를 가지고 동영상을 올리면 그만큼 사람이 많이 봐줄 것이라는 착각말이다.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고 하지 않았던가. 브런치에서도 별로인데 유튜브에서도 잘될리 만무했다. 이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나마 글쓰는게 영상 편집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므로 여러면에서 효율적이다. 아마 유튜브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은 80편이 넘었을 것이다. 한동안 브런치를 쉬었지만 현재까지 쓴 글은 51편이다. 반면 유튜브 동영상은 겨우 37편이다. 동영상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구독자가 10만 이상되는 유명 유튜버들이 편집자를 따로 고용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영상을 만들었으니 자연히 업로드 하고 나서 기대를 하게 된다. 영상을 올리고 수시로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조회수가 얼마나 나오는지 체크한다. 항상 뭘하던지 유튜브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조회수 생각, 다음 영상은 어떤걸 만들어서 올려볼까, 요즘에 이런 이슈가 있는데 저거하고 어떻게 연결지어서 영상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왜 조회수가 안나오지? 내가 말하는게 답답한가? 아니면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걸까? 썸네일을 바꿔볼까? 별별 생각이 다든다. 이것도 심해지니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데 문화재라는 주제는 역시나 유튜브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오늘부로 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3명이다(브런치는 43명). 유튜브의 사용자가 브런치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브런치보다 성과가 저조한 셈이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렇구나 자조하며 인문학을 외면하는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문학을 다루는 채널(주로 역사) 중에서도 구독자가 많은 채널이 있다. 잘살펴보니 말재주가 있어서 재미있게 말하거나 애니메이션 등을 써서 화려하게 편집을 잘하는 채널은 구독자가 많았다(아니면 뛰어난 미모). 물론 (내 기준에서)내용의 깊이는 떨어지므로 볼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런 것을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설민석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나 보다. 깊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흥미를 끄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와는 안맞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그런 재주가 없으니 말이다.
물론 모든 채널이 깊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경제분야는 꽤나 전문적인 채널이 많다. 부동산이나 주식 이런 채널들은 전문가들도 자주 나오고, 여러가지 신문이나 각종 연구소의 자료, 온갖 그래프들을 가져와서 어렵게 설명해도 죽어라 끝까지 본다. 먹고 사는 문제하고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조회수가 높고 시청지속시간이 길기 때문에 영상의 시간도 굉장히 길고 업로드 주기도 잦다. 플레이 시간은 20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올려도 열심히 봐주는 충성 구독자가 넘쳐난다.
그래서 결론은 세가지다.
내가 유튜브에 맞게 바뀌던가, 아니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내 맘대로 만들어서 올리던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접던가. 여태까지 해온게 있으니까 자존심상 접기는 좀 그렇고, 마음을 비우고 조금씩 바꿔봐야겠다. 일단 자존심상 구독자 100명까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접던지 계속하던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