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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Jan 04. 2021

브런치 작가가 그리 대단한 거였나?

쉽게 얻은 것은 그 가치를 잘 모른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은 나름대로 주제가 다양한 편이다. 조회수가 높아서 메인에 추천되는 글들은 어느정도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브런치의 매력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천편일률적인 주제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브런치 작가 되기에 관한 것이다. 여러번 도전했지만 작가 승인이 안나서 마음 고생하다가 통과되고나니 기쁜 마음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되면 좋고 아님말고 식으로 시도했다가 한번만에 붙은 나로서는 한동안 잘 이해가 안갔다. 작가신청을 할때는 전에 문화재를 주제로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의 글 한편을 링크해서 보냈을 뿐이었다. 어떤 글을 쓸거냐는 물음에는 (약간의 포장을 더하여)문화재를 소개하고 그 가치를 밝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답했다.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원......


필력이 훌륭해서 붙은건 아닌게 확실하고, 문화유산이라는 소재가 참신해서 붙은게 아닌가 한다. 그 당시 많이 발행된 글들은 감성적인 에세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게되는 어려움 등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대신 참신한 소재인 만큼 조회수가 낮은게 흠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방면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본의 아니게 브런치 작가도전기를 상당히 많이 읽게 되었는데, 대부분 다섯번은 기본이고 열번 가까이 시도한 사람들도 많았다. 타고난 공감력이 부족한 탓에 이까짓걸 뭣하러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씩은 묘한 우월감 내지는 쾌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나는 그런 고생을 안해봤으니까. 마치 재벌 2세들이 저 높은 곳에서 아둥바둥 사는 서민들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랄까?


그렇다면 그분들은 왜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했을까? 브런치에 글을 써봤자 유튜브처럼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출간하는 것도 분명히 한계가 있고, 단순히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이 주는 자기만족감 때문에? 세상에 꼭 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서? 여러번 떨어진 것에 대한 보상심리? 주변사람한테 자랑하려고? 이유는 제각각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별 생각없이 도전해서 붙은 나는 브런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노력없이 쉽게 얻은 것이라 그 소중함이 와닿지 않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이녀석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반면에 유튜브는 시작전에 오만가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렇기에 비록 구독자가 많이 없어도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지속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고민을 해본다.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쓸까, 미술사를 공부하고 정리하는 연습장처럼 써볼까, 어떤 콘텐츠가 잘 먹히는지 테스트하는 용도로 써볼까, 인생을 기록한다는 의미로 일기장처럼 써볼까, 커리어에 도움이 되게 나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창고처럼 써볼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게 된 것인데, 무슨 일을 하던지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것과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은 그 결과 값이 확연히 다르다. 특히 내적인 동기가 부여되면 그만큼 열심히 하게 되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게된다. 동영상이 대세인 이 시점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화성의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 조선의 정조와 실학자들은 산성만큼 방어에 효과적이면서도 축성비용이 적게 드는 신개념의 읍성을 고민했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사진출처:국가문화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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