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계절을 기록한다 - 겨울

겨울 - 눈 아래 묻어둔 것

by 빛나는 하루

손발이 시리고 후-하고 작게 숨결을 불면 하얀 김이 난다. 거리의 나무들은 앙상하다 못해 추워 보였고 하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옷을 입는다. 그 여느 때보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작은 눈송이가 하나둘씩 조용히 땅에 내려앉고 그러면 다음 날 세상은 온통 새하얗게 변한다.


항상 겨울이 되면 우리 동네에선 분주히 움직이는 두 아이의 소리가 들린다. 그 고요함 속에서 무얼 그렇게 하는지, 빨갛게 달아오른 두 뺨과 집에서 가지고 나온 핫팩이 식을 때 까지도 분주함은 이어졌다. 눈을 밟는 소리와 사박사박 자잘한 소리들, 그리고 숨을 한껏 참고 조용히 키득거리는 우리의 웃음소리. 그렇게 놀다 보면 언제 나왔는지 모를 동네 주민들이 보이고 모두가 그 고요함 속에서 각자의 소리를 낸다.


그 포근함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중에, 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의 내가 지금처럼 웃고 있을 까”


나중에 시간이 지나 직장에 다니고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변하는 것은 있다지만 그 변함이 나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들게 한다. 어쩌면 이 씁쓸함이 그저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나의 목표는 분명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란 현실에 발을 들이고 나니 나의 현실은 초라하면서도 미래가 불분명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의 미래는 여전히 불분명한 것투성이다. 또렷한 것이라곤 내가 하고 싶은 그저 소망뿐이다. 하지만 누구나 꿈을 이루고 사는 건 아니었고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글로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기 싫어서,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말이다.


꽃이 꼭 봄에만 피란 법은 없듯이, 나는 내 삶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떤 계절에 나의 꽃이 필지 아직은 모른다. 어쩌면 벚꽃 잎이 휘날리는 따스한 봄날에, 뜨거운 태양 아래 파란 빛을 내는 여름에, 사박사박 낙엽 잎 소리가 들리는 가을에, 아니면 하얀 눈꽃으로 뒤덮인 차가운 겨울날에 피어날 수도 있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지금 글을 쓰는 것 또한 과연 의미가 있을지 끊임없이 혼자 되뇌며 불확실한 나의 미래를 답답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더 성숙해진 내가 그때 그 마냥 해맑게 웃던 우리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릴 때, 그 고요함 속의 시간이 의미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린 저마다의 부푼 꿈을 눈 속에 묻어둔 것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그 위에 덮어둔 기억들은 씨앗의 양분이 되어 차가운 겨울이 지나 저마다의 따스한 계절이 찾아왔을 때 분명 빛을 발할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겨울을 걷는다. 말없이 쌓이는 눈처럼, 아무 말 없어도 다 전해지는 마음을 생각하며. 고요하지만 따뜻한, 그 겨울에서 저마다의 꿈을 마음에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