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때도 조심해서

치사하게 잘 때 찾아오는 귀신

by ZW

내가 어릴 때 친척이 말해준 괴담이 있다.

'잘 때 이불 밖으로 발을 빼놓고 자면 안돼. 귀신이 와서 발을 잡아 끌고 가거든.'

어린 마음에는 그게 진짜인 줄 알아서 겨울은 물론이고 더운 여름날에도 이불로 발을 꽁꽁 싸매고 잤다. 언제 귀신이 오나 셈을 하며 자기도 하고, 하필 왜 발을 잡아서 끌고 가나 고민해본 적도 있다. 혹은 발을 잡아서 가는 게 아니라 발을 잘라 가버린다는 얘기도 있다.

어쩌다가 이런 괴담이 생겨나게 된 걸까? 이에 대해 생각해보며 내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발과 귀신의 연관성

이불 밖으로 발을 꺼내놓고 자면 귀신이 잡아간다. 도대체 왜? 귀신은 왜 굳이 자는 사람을 잡아다가 가는 것일까? 그것도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이불 밖으로 발이 꺼내져 있으니까. 그 이유만으로 타겟이 된다.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특별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굳이 공격을 할까? 어쩌다가 이 괴담은 이런 구조를 띄게 되었을까?

우선 괴담의 조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이불 밖에 발이 나와 있어야 한다. 괴담이 진행되는 방향을 생각해보기 전에, 반대로 조건을 불충족하기 위해 이불 안에 발을 넣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해결법은 매우 쉽고 간단하다.


이 귀신을 피하기 위해 발을 이불 속에 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발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손발의 온도가 높아지면 잠이 잘 온다고 한다. 이런 괴담을 믿는 건 대부분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이 귀신은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 위해 어른들이 지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은 이런 괴담에 큰 관심이 없을 테고, 정말 그런 식으로 생겨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끌고 가기에 적당한 다른 부위도 많은데 굳이 발일까?


#그러나 왜 굳이 발이어야 했을까

이번에는 괴담이 실제로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생각해보저. 앞서 말했듯 잡아서 끌고 가기 좋은 부위는 발 말고도 많을 것이다. 수시로 이불 밖으로 튀어나가 있는 부위도 많다. 잡아갈 핑계로 삼기에 발은 적절할까? 끌고 가기 편함과는 관계없이 귀신의 원한에 연관된 것은 아닐까?


굳이 다리를 원하는 귀신이라면 또 유명한 귀신이 하나 있다. 바로 '내 다리 내놔!'라고 외치는 귀신이다. 이 귀신 이야기는 이러하다. 병에 걸린 사람에게 시체의 다리를 먹이면 낫는다고 하자, 시체의 다리를 잘라간다. 그러자 다리를 빼앗긴 시체가 내 다리 내놓으라며 쫓아온다. 이처럼 잠든 사이에 잡아가는 귀신도 비슷한 일화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발이 없기에 자신의 발을 애타게 찾고 있고, 시야에 발이 들어왔을 때 자신의 것인줄 알고 집어간다면?


더불어 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면 좋지 않다는 미신도 있다. 귀신이 방에 들어오면 머리가 아닌 발부터 보게 된다는 뜻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발이 이불 밖으로 튀어나와 있으면 아무래도 눈에 띈다. 귀신이 자신의 발인줄 알고 잡아채기 딱 좋지 않을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맹목적으로 구는 것이 귀신이다. 없어진 자신의 발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위에 무엇이 달려있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발에 집착하며 가져가려는 것이다.


#발 외의 부위는

이 괴담에서 언급하는 것은 발 뿐이다. 그렇다면 그 외의 다른 신체 부위는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귀신의 관심 밖이라는 뜻이다. 귀신이 원하는 것이 오로지 발 뿐이라면, 그 외의 나머지 신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단순히 발만 잘라서 가는 경우에는 발만 챙기고, 나머지는 두고 갈 수도 있다. 그게 편하니까. 하지만 발을 잡고 끌고 가는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번거롭게 발을 잡아서 끌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요도 없는데 챙겨서 무엇에 쓰려고?


애초에 귀신이 산 사람을 잡아서 끌고 가는 건데 멀쩡하게 끌고 갈 것 같지도 않다. 제 마음대로 발을 잡아서 끌고 어디로 갈까? 당연히 일단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귀신은 물리적인 벽이나 물체를 통과하기도 한다. 제 원한에 빠져서 자는 사람을 무작정 잡아 끌고 가는데, 산 사람 사정을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을 열 때 잠금을 하나하나 풀고 나가는 귀신도 웃기지 않을까? 요즘 집엔 도어락이 대부분 걸려 있는데, 사람을 끌고 나가겠다고 도어락을 정성스럽게 풀고 나가는 귀신을 생각해 보자. 제법 웃기지 않은가? 애초에 그렇게까지 한다면 귀신보다는 사람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냥 끌고 나가려다 문에 가로막혀 사람을 놓치는 것도, 끌고 나가는 데에 성공하는 것도 희안하다.


지금은 이런 괴담을 전혀 믿지 않지만,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귀신이 발을 잡아 끌고 나간다는 괴담은 대체 누가 만들어 낸 걸까? 역시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 위해 어른들이 지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차피 귀신은 없으니 그냥 손발을 따뜻하게 데워서 일찍 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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