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바라보지 마라 (2)

엘리베이터 거울 너머에 있는 귀신

by ZW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보면 생각나는 괴담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이 서로 반사되며 보이는 수많은 나 중에 어느 자리에 서 있는 것은 귀신이다.'

'그 귀신은 나를 보고 있으며, 귀신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어릴 때 자주 들었고, 진짜인 줄 알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귀신이 몇 번째에 서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13번째였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마다 무서운 와중에도 굳이 반사되는 형상을 순서대로 세어보며 13번째 나를 찾곤 했다. 항상 거기까지 세기도 전에 내려야 하거나, 형상이 너무 겹친 탓에 세기 어려워 포기했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괴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엘리베이터의 거울

왜 엘리베이터의 양쪽 벽에 거울을 설치했을까?

엘리베이터는 무척 좁고 사방이 막힌 공간이다. 잠깐 타고 내리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과 이동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이때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 양쪽 벽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다. 마주 보는 형태로 설치된 거울은 빛이 서로 반사시켜 끝없이 이어지고 공간이 넓어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더불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사람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식으로 이동 시간을 활용하게 만든다. 다른 일에 집중하는 동안 이동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도 밀실에 대한 공포감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거울을 이용한 괴담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엘리베이터 안을 활용하게 되었나

앞서 말했듯, 엘리베이터는 좁은 데다 밀폐되기까지 한 공간이다. 혹여나 사고가 나더라도 곧바로 엘리베이터 안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런 장소에서 귀신이 나온다면 어떨까?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은 저항하기도, 오래 버티기도 힘들 것이다. 이렇게 무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설정이 존재하니,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에 음산함이 감돌게 된다.


그런 곳에 거울이 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한쪽 거울을 보면 반복되는 공간이 끝없이 이어져 있어, 확실히 넓게 느껴지기는 한다. 거울 너머에 또 공간이 있는 듯한 모습은 엘리베이터가 마냥 좁은 곳은 아니라고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반사되는 횟수가 많아지다 못해 끝없이 이어질수록 어둡고 좁아진다. 공간이 왜곡되고 휘어 보이며 새까맣게 변해가는 거울 너머는 또 다른 공포감을 심을 소재로 딱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수히 반복되는 나 자신의 형상도 있다. 그 사이에 귀신이 숨어있다고 가정하면 꽤나 으스스한 결과물이 나온다.


다만 말로 떠돌며 퍼지는 이야기의 특성상, 수많은 형상 사이 중 어느 것이 귀신인지는 매번 달라진다. 어디서는 한 자릿수에 해당하는 위치를, 어디서는 두 자릿수에 해당하는 위치를 말한다. 그리고 그 숫자는 대개 불길하다고 여겨지는 숫자들이다. 내가 기억하는 13번째 역시 세간에서 불길하다고 여겨지는 숫자다. 13은 기독교에서 유다를 뜻한다고 한다. 최후의 만찬이라 알려진 자리에서 유다는 13번째로 도착하였고, 그 이후에 예수를 떠나 배신했다. 그로 인해 12라는 숫자가 균형을 의미한다면 13은 균형을 무너뜨리는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이 불길하다는 숫자의 자리에 귀신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으스스함을 더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하면 아무 의미 없는 숫자보다는 훨씬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래서 귀신은 무엇을 하는가

그런데 혹시 이 괴담에서 귀신이 튀어나온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없다. 귀신의 위치만 알려줄 뿐이지, 귀신이 정말 튀어나오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보통 귀신을 만나면 죽는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엘리베이터 귀신이 튀어나올 경우에도 죽겠거니,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엘리베이터의 거울 속에 귀신이 있다. 좁고 밀폐된 공간 속에 갇혀 있다. 사람도 좁은 곳에 오래 갇혀 있으면 답답하기 마련인데, 죽어서도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는 귀신은 오죽할까. 거울 속의 귀신은 곧 엘리베이터 탑승자의 형상을 한다. 산 자와 정확히 똑같은 모습이다. 산 자가 귀신을 바라보고 있다면 귀신도 동일하게 산 자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는 산 자를 이용해서 엘리베이터를 나가려 할 수도 있다. 산 사람과 귀신이 교환되면 결국 엘리베이터에는 한 명이 갇힌다. 그러면 다시 갇힌 이도 나가려 하고, 또 바뀌고,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고 치면 엘리베이터 밖에 귀신이 많을까? 아니면 엘리베이터 안에 귀신이 많을까?


어릴 때 자주 들었던 괴담인데, 무서워하기만 하고 그 뒤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봤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을 무서워해본 적이 있는가? 거울을 보고 몇 번째에 귀신이 있을지 세어본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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