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실 거울의 존재 여부
이런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느 학교 무용실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 그걸 들은 신임 교사가 귀신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용실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학생들에게 말한다. '귀신은 없었다. 나는 밤새 무용실 거울 앞에서 춤을 추며 놀았다.' 학생들은 말한다. '무용실에는 거울이 없다.'
거울에 관한 괴담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 괴담은 귀신의 존재를 깨닫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괴담의 주무대인 무용실을 벗어난 후, 날이 밝고 나서 사람이 많은 곳에 돌아와서야 사실은 귀신이 존재했음을 알게 된다. 어쩌다 이 괴담은 이런 상황으로 퍼지게 되었을까?
괴담의 배경은 왜 하필 무용실이었을까? 학교에는 무용실 외에도 많은 시설이 있다. 음악실, 과학실, 미술실, 체육관, 보건실 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거울이 있을 법한 장소는 거의 없다. 특히 사람의 전신이 보일 정도의 커다란 거울을 설치해 둘 여유가 있는 곳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무용실은 자세를 확인하기 위해 한쪽 벽면, 혹은 마주 보는 벽면 양쪽 모두에 거울을 설치해 놓는다. '사실은 거울이 없다.'는 반전 요소를 넣기 딱 좋은 장소다. 하지만 커다란 거울이라면 화장실에도 있다. 화장실과 연관된 괴담도 많기에 귀신이 나온다는 부분도 잘 들어맞는다. 다만 밤을 새우며 지키고 있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무용실에서 밤새 귀신이 나오는지 보겠다.' 어느 정도의 각오가 느껴진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밤새 귀신이 나오는지 보겠다.' 화장실에서? 그렇게까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무용실이어야 했을 다른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용실에 나타나는 귀신이라면 무엇을 할까?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한국의 귀신은 대체로 원한이 명확하다. 머무르는 위치와 원한은 관계가 있다. 굳이 무용실에 붙어있는 귀신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용실은 춤을 추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무용실에 있는 귀신 또한 춤을 추지 않을까? 귀신은 거울이었을까, 혹은 교사의 몸에 들어간 무용수였을까?
귀신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의 형태를 떠올리지만 그 외의 귀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귀신 들린 물건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떠돌기 때문이다. 버려진 물건을 함부로 주워서 집에 들이지 마라. 그중에서도 버려진 거울을 줍지 말라는 이야기 역시 유명하다. 무용실의 거울이 그 귀신 들린 거울이었다고 가정하면, 과연 학생과 교사 중 어느 쪽이 귀신을 본 것일까? 존재하는 거울을 직접 본 쪽, 아니면 존재하는 거울을 보지 못한 쪽? 귀신 들린 거울이 쭉 무용실에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귀신이 왜 굳이 교사의 눈앞에만 나타났을까? 이런 귀신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것은 보통 학생인데 말이다.
교사의 몸에 무용수 귀신이 들어갔다면? 이 부분은 '교사가 춤을 너무 좋아해서 무용실에서 밤을 새우는 김에 춤을 춰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면 굉장히 의문스러운 행동이다. 밤새도록 춤을 추는 것도 신기하다. 체력이 되는 걸까? 요즘의 일반적인 현대인의 체력으로는 밤을 새기는커녕 한 시간을 버티기도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무용실에서 나오는 귀신에 씌어서 강제로 춤을 췄고, 본인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라면? 귀신이 나온다는 곳에서 굳이 왜 춤을 췄는지도 이해가 된다. 또 위에서 말했듯, 귀신의 종류와 원한 등은 나타나는 장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무용실에서 나오는 귀신도 춤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괴담에서 이 귀신에 관련된 직접적인 단서는 주어지지 않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어쩌다가 무용실에 붙은 귀신이 되었을까?
귀신은 생전에 가지고 있었던 한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무용실 귀신도 그렇지 않을까? 생전에 춤을 원 없이 춰보지 못했기에 죽은 후에도 춤을 추려는 게 아닐까. 괴담의 전제는 '무용실에서 귀신이 나온다.'라고만 되어 있다. 이 귀신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는 서술되어 있지 않다. 교사가 밤새도록 자신이 한 행동을 인지하고 있었으니, 이전에도 산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춤을 춘 적이 있다면 이 부분이 함께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동안은 사람에게 직접 들어간 적이 없고 생각할 수 있다.
인원수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교사는 혼자 무용실에서 밤을 보냈다. 반면에 학생들은 보통 무리 지어서 다닌다. 애초에 학생이 혼자 한밤중의 학교에 무사히 침입해서 무용실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가더라도 친구와 합심해서 행동하는 경우가 보통이지 않을까? 최소 두 명, 혹은 그 이상까지도 가는 인원의 학생이 무용실에 모여서 밤을 지새울 거라 생각한다. 귀신은 하나인데 동시에 여럿에게 빙의하는 경우는 잘 없을 것이다.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가능할 정도라면 진작에 사달이 나지 않았을까? 무용실 귀신에게 그만큼의 능력은 없어 보인다.
사람이 여럿이면 한 명은 귀신에 빙의해서 춤을 췄을 것이고, 나머지는 그에 따라 반응을 한다. 분명 큰 소란이 일 것이다. 그 상황이 싫어서 한 명이 왔을 때, 즉 교사가 혼자서 왔을 때에서야 드디어 춤을 춘 거라면? 그럼 귀신은 그냥 오랜만에 춤을 추는 게 신나서 밤새도록 춤을 춘 것이 된다. 이렇게 보면 평범하게 신난 무용수다.
얘기를 들었을 때 당장은 섬뜩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괴담이었다. 그 뒷이야기는 모르지만, 딱히 산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니 문제 될 것도 없다. 당사자인 교사는 근육통을 앓았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는 깜찍한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용실 거울 괴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