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진짜 경험을, 진짜 삶을 빼앗아 간다고 느낄 때…
“우리는 세상을 해석하는 대신, 알고리즘에게 해석을 맡기고 있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저자) : 경험 위탁 시대 -
지금, 우리는 진짜 세상을 보고 있나요? 아니면 화면 속 세상만을 바라보고 있나요?
며칠 전, 지하철에서 문득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거의 모든 승객이 고개를 숙이고, 손 안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기보다, 각자의
‘스마트폰 뒷면’만을 마주합니다.
처음에는 익숙함이었고, 조금 지나자, 그 익숙함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걸까?”
“무지개를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무지개를 찍은 사람만 있었습니다.”
2024년 여름, 미국 워싱턴 D.C. 에 머물고 있던 때였습니다.
한 교수님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고,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잠시 후, 해가 다시 떠올랐고, 포토맥 강 너머 케네디센터 위로 무지개가 걸렸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테라스에 있던 사람들 중, 하늘을 직접 올려다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무지개를 찍고, 보내고,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것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장면은 이미 카메라에 있고, 내 눈엔 없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경험하는 것보다 기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
지하철, 카페, 거리, 공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작은 화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눈보다 스크린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자가 이러한 풍경을 보고 ‘경험의 멸종(The Extinction of Experience)’ 이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름은 크리스틴 로젠.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이자,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20년 넘게 연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관계, 공동체까지 재편하고 있다.”
⸻
쾌락 기계에 들어가시겠습니까? 하버드대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또한 1974년에 아주 강렬한 철학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평생 쾌락만을 느끼게 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계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 사람들은 그 기계에 접속하기를 원할까요?” 노직은 “아니요”라고 단언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단순히 기분 좋은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직접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행복한 착각’이 아니라, 실제의 삶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
“디지털로 연결된 시대, 우리는 서로를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HR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는 확실히 느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서로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2024년 『한국경제』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습니다.
“MZ세대 직원의 78%는 회식보다 카카오톡 답장 스트레스에 더 큰 피로감을 느낀다.” 실제로 한 신입사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팀장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그냥 톡으로만 얘기하면 좋겠어요.”
이는 단순한 세대 차이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이 인간의 관계를 얕고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닿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
작년 겨울,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 오늘 첫눈 왔어요! 너무 예쁘죠?”
그런데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응, 뉴스로 봤어. 직접은 못 봤네.”
눈은 내렸는데,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창밖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접하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리는 지금, 무너지고 있습니다
25년간 인사와 조직문화를 들여다보며 한 가지 확실한 사실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과 조직은위기에서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업무 스킬은 빠를 수 있지만, 진짜 어려운 순간에 필요한 감정적 복원력, 관계의 회복력은 직접 겪어보고 부딪쳐본 경험에서만 나온다는 것을 치열한 현장 속에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조심스럽게 여쭙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하늘을 올려다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본 시간은 있었을까요?
잠시 침묵 속에 함께 있어 본 사람은 계셨나요?
그렇지 않으셨다면,
어쩌면 당신 자신을 잃어가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
끝으로, 인문학의 두 지성 분의 글이 인사이트가 있어
그 두 분의 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어령 선생님의 말입니다.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감각하는 능력까지는 대신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철학자 노직의 말입니다.
“인간은 단지 쾌락을 느끼는 기계가 아니라,
삶을 직접 살아가기를 원하는 존재입니다.”
⸻
오늘, 독자 여러분은 어디를 바라보고 계신가요?
진짜 세상인가요,
아니면 그저
네모난 착각 속의 세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