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아무도 당신의 동의 없이 당신을 열등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 엘리너 루스벨트
1. 서문 — 자아를 외주 주는 HR,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AI는 이미 인사관리(HR)의 구석구석에 침투했습니다.
채용 알고리즘은 이력서를 평가하고, 성과 관리 시스템은
점수를 매기며, 복지 플랫폼은 직원의 웰빙 데이터를 추적합니다.
그러나 진짜 위협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적은 바로 FOPO(Fear of People’s Opinions, 남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조직이 FOPO에 빠지면, 사람은 침묵하고, 리더는 방어하며, AI는 오히려 그 빈틈을 파고들어 인간을 대체하려 듭니다.
이제 HR은 선택해야 합니다. 평판의 압력에 흔들리는 관리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성장을 돕는 코치로 거듭날 것인가.
2. FOPO, 평판의 공포가 조직을 흔드는 방식
FOPO라는 개념은 스포츠 심리학자 마이클 거 베이스가
제시했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세계적 선수들을 연구하며,
“인간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가장 큰 걸림돌은
남들의 시선”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개념은 HR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면접관은 동료 평가를 두려워하며 지원자 평가를 바꿉니다.
직원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숨깁니다.
관리자는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피드백을 늦춥니다.
이때 조직은 학습의 기회를 잃고, AI 시스템은 데이터의
정확성을 잃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도 기술도 동시에
무너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와 SHRM(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은 2024년과 2025년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경고했습니다. AI의 확산보다 더 빠른 것은, 사람이 FOPO에 의해 스스로 목소리를 억누르는 속도라는 사실입니다.
3. 2024~2025 HR 현장이 보여준 다섯 가지 진실
첫째, AI HR 도입은 가속화되었습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기업의 40% 이상이 HR 프로세스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Gallup 조사에서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과 불편을 크게 호소합니다. 기술 도입과 심리적 수용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둘째, 채용 알고리즘의 편향은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워크데이 사례는 여성·흑인에게 불리하게 작동한 AI 채용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이는 “AI는 객관적”이라는 환상을 무너뜨린 대표적 사건입니다.
셋째, HR 자동화는 효율을 주지만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AI가 HR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직원 감시·정서 추적 시스템이 불안을 키우는 장면도 보도했습니다.
넷째, AI 인재 전쟁이 보상 질서를 흔듭니다.
포춘은 “AI 핵심 인재는 억대 연봉으로 스카우트되는 반면,
비(非) AI 직무는 소외감을 느낀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섯째, 감시와 신뢰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직원 감정·행동 데이터를 수집했으나,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위축시켰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AI 감시가 생산성이 아니라
불신을 키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4. FOPO의 HR 버전: 세 가지뿌리
첫째, 생존 본능형 불안.
소속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직원은 침묵합니다.
이는 혁신의 첫걸음을 막는 가장 큰 장벽입니다.
둘째, 불안정한 자기 인식.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사람은 쉽게 남의 평가에 자아를 내맡깁니다. 자신의 판단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순간, 리더십은 흔들립니다.
셋째, 성과 기반 정체성.
숫자가 곧 자아가 될 때, 휴식과 실험의 시간은 사라집니다.
HR이 성과만을 강조할수록, 조직은 단기성과는 얻되 장기학습은 잃습니다.
5. FOPO를 줄이는 HR 설계 7원칙
첫째, 설명 가능한 평가(XAI).
채용·성과평가 AI에 반드시 설명 리포트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둘째, AI+인간의 이중 심사.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맥락적 판단을 결합해야 합니다.
셋째, 피드백을 ‘평판’이 아니라 ‘기술’로 정의.
피드백은 성격 공격이 아니라, 개선 가능한 행동 단서여야 합니다.
넷째, 실험의 면허증.
실패를 허용하는 제도를 통해 FOPO를 차단해야 합니다.
다섯째, 문화 데이터 읽기.
사소한 칭찬과 인정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 리더를 발굴해야 합니다.
여섯째, 보상 아키텍처 재설계.
AI 인재와 비 AI 인재 간의 불균형을 학습 자본으로 보정해야 합니다.
일곱째, 감시 대신 자율.
생산성 모니터링에서 자율성과 웰빙 지표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6. 회복탄력성과 HR — 취약해질 수 있는 용기
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들은 일부러 어려운 환경에
자신을 밀어 넣습니다.
망가지는 순간을 연습하며 회복탄력성을 기릅니다.
HR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리자도 피드백을 두려움이 아니라 학습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은 실패 보고서를 축적해 지식 자산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리더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실패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취약해질 수 있는 용기, 그것이 FOPO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며, HR이 문화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역량입니다.
결론, HR, 관리에서 코칭으로
우리는 지금 자아를 타인의 시선에 외주 주는 HR을 끝내야 합니다. AI는 효율을 줍니다. 그러나 효율은 언제든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진정한 HR은 성과를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코치이자 문화 설계자입니다.
2024~2025년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기술은 빠르지만, 사람의 존엄과 선택이 끝내 미래를 결정합니다. 사람 중심의 HR, 그것이 곧 생존의 전략입니다.
참고문헌
1. Harvard Business Review. (2024).
Stop Basing Your Self-Worth on Other
People’s Opinions (FOPO).
2. McKinsey & Company. (2025). The State of
AI in Organizations.
3. SHRM. (2025). AI in HR: Adoption and Impacts.
4. Financial Times. (2025). Does HR Still
Need Humans?
5. Gallup. (2025). AI Use at Work Has Nearly
Doubled.
다음 편 예고
시리즈 5편 — “AI와 HR의 미래 협업 모델: 평가자에서 코치로” AI는 사람을 평가하는 차가운 관리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성장과 학습을 돕는 따뜻한 코치가 될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음 편에서 HR의 공진화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