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폐기 등록, '쓰레기'가 아닌 '특권'에 대하여

by Yong

편의점 폐기 등록, '쓰레기'가 아닌 '특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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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진짜 노동 강도는 손님이 보지 않는 곳에 있다. 하지만 그 고된 노동 속에는,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소소한 보상이 존재한다. 바로 '폐기 상품'이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두 매장의 사장님들은 모두 폐기 음식을 마음대로 먹거나 가져가는 것을 허락하는, 소위 '베테랑'들이다.


눈치 보던 3주, 그리고 동료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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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을 시작하고 처음 3주 동안은 폐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괜히 나 혼자 챙겨 먹는 것은 아닌지, 매장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앞 근무자인 주말 오전 타임의 여대생 동료가 "자기만 먹는 것 같다"며 수줍게 말했을 때,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그것은 "너도 먹어도 된다"는 따뜻한 신호였다. 그날 이후, 나에게도 폐기는 고된 노동을 버티게 하는 작은 복지가 되었다.


편의점 폐기라 해도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유통기한이 긴 캔음료나 과자류는 폐기로 나올 일이 거의 없다. 가장 흔한 것은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에 불과한 빵이나 샌드위치, 삼각김밥, 햄버거 등이다. 도시락도 가끔 나오지만, 손님이 몰리는 피크타임에 일하는 나로서는 앉아서 먹기 부담스러워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쓰레기'라는 오해와 진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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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팔 수 있는 기준 시간'이지, 먹을 수 없는 시간이라는 뜻이 아니다. 특히 냉장 보관된 상품들은 하루 이틀 지나도 먹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평일 새벽에 일하는 매장에서는 주말 매장에서는 보기 힘든 우유 폐기가 가끔 나오는데, 그럴 때면 나는 꼭 챙겨 마신다. 이것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굉장한 메리트다.


과거 한 정치인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쓰레기 음식을 먹으며 연명한다"며 감성팔이를 시도했지만, 그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우리에게 폐기는 비참함의 상징이 아니라, 어차피 버려질 음식을 아깝지 않게 활용하는 '숨은 특권'이다. 지난 주말에는 신제품으로 나온 4,500원짜리 계란 샌드위치가 폐기로 나왔다. 먹어보니 6천 원이 넘는 프랜차이즈 샌드위치보다 맛있었다. 예상치 못한 득템이었다.


모든 폐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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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폐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묵 같은 반찬류나 유통기한이 긴 초콜릿, 과자 등 '저회전 상품'들은 바로 폐기 등록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바로 폐기 처리하면 매장 입장에서는 즉시 손실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사장님이 본사에 반품이나 손실 보전 처리를 요청한다. 반면 유통기한이 짧은 빵이나 삼각김밥은 못 팔면 그대로 폐기다.


만약 알바생이 폐기품을 먹는 것에 예민하게 구는 매장이 있다면, 그곳은 매출이 워낙 적거나 초심자 사장이 운영하는 경우일 확률이 높다. 경험 많은 사장들은 안다. 어차피 버려질 음식을 알바생에게 주는 것이, 그들이 오래 버티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내가 일하는 평일 새벽 매장 사장님은 맞교대 시간에 내가 빵 하나를 가져가겠다고 하면, "어차피 버릴 거니 다른 것도 더 가져가라"고 말할 정도다.


결국 편의점 운영은 입지와 노하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 본질은 '발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아직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폐기를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만 봐도, 그 매장이 얼마나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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