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 새벽 타임을 맡던 사람이 한 달 만에 그만뒀다. 이번 주말새벽 타임은 예전에 이 매장에서 오래 일했다는 젊은 남자가 대타로 왔다. 그는 현재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사장님의 부탁을 받고 기꺼이 달려왔다고 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내 예상이 맞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일하는 이 주말 오후 타임 자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망간 자리였다.
신기하게도, 이 매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의 입에서는 공통된 말이 나온다. "사장님이 참 좋다"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주말 매장은 매출이 상위권인 곳 답게 노동 강도가 '올스타급'이다. 주말 저녁에는 평균 200개의 냉장 물류가 쏟아지고, 나는 그것을 검수하고 진열하면서 동시에 밀려드는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강도를 두 달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나간다.
하지만 이 매장에는 1년 이상 근무한 알바생도 있고, 몇 년째 자리를 지키는 매니저(사장님은 그를 '실장'이라 부른다)도 있다. 그 이유는 사장님의 운영 철학에 있다. 다른 매장들이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14시간 이하로 근무 시간을 쪼갤 때, 이곳은 오히려 주휴수당을 챙겨주기 위해 16시간 이상으로 근무를 돌린다. 20년 이상 장사를 해온 베테랑답게, 그는 자잘한 먼지나 진열 각도 따위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나이가 많으신 덕분에, 나는 그저 어른을 대하듯 자연스럽게 예의를 지키면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힘들지만,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는 곳. 그것이 사람들이 이곳에 남는 이유다.
물론 내가 이곳에 남은 이유는 조금 다르다. 나는 애초에 절실했고, 그래서 버텼다. 주말 일자리는 9번의 면접 탈락 끝에,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을 때 기적처럼 얻은 곳이다. 평일 새벽 일자리는 그 이후 15번의 추가 면접 끝에야 겨우 구했다. 사장들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 이 시장의 진짜 현실이다.
초심 사장들은 여전히 '젊은 대학생'을 선호하는 착각에 빠져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아쉬울 것이 없다. 한 달 일해 용돈을 벌고, 힘들면 그만두면 그만이다. 대체할 알바 자리는 널려있다. 반면 나처럼 절실한 사람은 떠날 곳이 없다. 이 자리를 놓치면 다시 기약 없는 구직의 굴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애초에 기존에 오래 일했던 사람이 대타로 나와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장님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금 사장님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비어버린 주말 새벽 자리가 구해지지 않아 고민이 많으시지만, 조급해하지 않는다. 사람을 숫자로 보지 않기에, 이곳에는 떠났던 사람도 다시 돌아온다.
나는 서장훈 급은 아니지만, 정돈에 대한 강박관념을 탑재했다. 새벽 알바를 할 때면 음료와 주류의 이름 글자를 가지런히 같은 각도로 맞춘다. 내 다음 근무자인 사장님은 그런 디테일은 보시지도 않지만, 나는 그렇게 해야 마음이 놓인다. 아마 학창 시절, 나만의 공간 하나 없이 경로당에서 살았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통제할 수 없었던 과거에 대한 보상 심리로, 나는 지금 내 눈앞의 작은 질서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도 부자로 살아본 적 없고, 외모와 달리 고생이 삶이었다. 군대 역시 평균 이상의 힘든 환경과 주특기를 견뎌냈고, 처음 잡은 편의점 알바는 하필 난이도 최상급 매장이다. 어쩌면 '버티는 것'은 나의 디폴트값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남들이 알아볼 수는 없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25번의 면접 끝에 나는 결국 주 4일의 노동으로 내 삶을 채웠다. 면접에서 나를 외면했던 사장들은 아마 지금도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다'며 한숨 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물론 나도 기적처럼 상황이 좋아진다면 이 모든 것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보다 잘나서 버티는것은 아니다. 나의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