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구인 공고

절실한 사람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이유

by Yong

편의점 구인 공고 :절실한 사람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이유


나는 지금 절실하다. 당장의 생활비를 메우고, 막막한 현실의 둑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 한 곳에서 주말마다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구인 앱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릴수록, 나의 절실함은 점차 깊은 회의감으로 변해간다. 지금 편의점 구인 시장에 널려있는 공고들은, 나처럼 절실한 구직자마저 돌아서게 만들 만큼 기묘하고 이기적이다.


1. 점주의 편의만을 위한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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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다가오고 있다. 즉 대학생들이 이제 2학기를 준비하는 시기고 그들이 알바를 대거 그만두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요인으로 알바인력을 구하는 공고가 쏟아지고 있다.


공고 속 근무 시간은 점주들의 속내를 너무나 투명하게 보여준다.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손님과 물류, 배달 주문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그야말로 ‘헬 구간’이다. 혹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명백한 주 14시간 쪼개기 근무나, 생활 리듬을 송두리째 흔드는 새벽 2시부터 아침 8시까지의 근무가 대부분이다.


이 시간표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하기 싫은 가장 힘든 시간대를, 어차피 최저시급만 줄 당신이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는 함께 일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이 없다. 오직 점주 자신의 편의와 이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2. 모순으로 가득 찬 요구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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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들의 요구사항이다. 그들은 그렇게 이기적인 시간대를 제시하면서도, ‘오래 일할 성실한 사람’을 원한다. 젊고, 이미지가 좋으며, 자신의 스타일에 온전히 맞춰줄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가장 큰 모순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경우다. 주휴수당도 주지 않으려 주 14시간 이하로만 사람을 쓰면서, 정작 구직자에게는 ‘본업이 없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고작 14시간 남짓 일해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라는 말인가. 그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충성심을 요구하는, 불가능한 게임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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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마치 나쁜 남자에게 계속 상처받으면서도, 더 높은 철벽을 치면 진정한 사랑이 올 것이라 믿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철벽을 기어이 넘어오는 사람은, 이전보다 더 나쁜 남자일 확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걸고 기준만 높이는 점주는 결국 스스로 인력난을 자초할 뿐이다. 그들은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다’고 한탄하지만, 정작 그 책임감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 자

기 자신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혹은 그들도 그만큼 마음적인 여유가 없는 탓일수도 있다. 편의점 운영하는 점주라는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있는지 나는 감히 알지 못한다.


3. 절실함마저 시험에 들게 하는 곳


나는 이 모든 것을 겪으며, 오히려 내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곳이 얼마나 괜찮은 곳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적어도 이곳의 점주는 현실을 알고,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많은 다른 편의점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구직자의 절실함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기심을 채우려 한다.


나는 오늘도 구인 앱을 닫으며 씁쓸한 한숨을 내쉰다. 일자리가 간절하지만, 나의 절실함이 누군가의 이기심을 채우는 도구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편의점 카운터에 서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중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구인 시장은, 나처럼 절실한 사람마저 고개를 돌리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풍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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