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주의와 현대인의 나르성향 확대 경향

by Yong

“우리 아이가 기분 상했어요” - 감정이 진실을 대체할 때

ChatGPT Image 2025년 8월 8일 오후 01_57_58.png


나는 사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십수 년간 교실 안에서 수많은 아이와 학부모를 만나며, 나는 시대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나는 ‘피시주의(Political Correctness)’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도가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목격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사회의 작동 원리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거대한 지각 변동에 가깝다.


1. 존중이라는 이름의 자기애


피시주의는 본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차별적 언어를 지양하자는 긍정적인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들어오면서 그 본질은 기묘하게 뒤틀렸다. “모든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첫 슬로건은 어느새 “오직 ‘나’만 존중해달라”는 이기적인 외침으로 변질되었다. 팩트보다 그것을 전달하는 태도와 상대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 같은 개인 미디어 생태계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선명한 색채를 띤 인플루언서들은 반대편의 신고 테러와 악플에 시달리다 성장을 멈춘다. 살아남는 것은 “나는 중립이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자신을 감추는 이들이다. 그들이 과연 진정한 중도일까? 아니, 중도라는 말 자체가 허울 좋은 가면일 뿐이다. 진정한 가치는 논쟁과 비판 속에서도 살아남지만, 스스로의 논리가 허약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토론 대신 신고와 차단으로 상대의 입을 막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가 확고하고 정당하다면 굳이 그런 방법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이다.


이 기이한 현상은 현대인의 나르시시즘 성향 확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 모든 것을 존중하라는 구호는 ‘나의 감정’을 절대적인 가치로 올려놓았다. 타인의 지적이나 불편한 진실 앞에서, 그들은 이제 “내 기분이 상했다”는 말 한마디로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할 때, 그들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피시주의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가장 세련되고 효과적인 무기가 되었다.


2. 교실의 붕괴, 교사의 자기검열


ChatGPT Image 2025년 8월 18일 오후 05_56_35.png

이러한 변화를 가장 고통스럽게 체감하는 곳이 바로 교육 현장이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학부모들은 입시에 최적화된 ‘성적’으로 교사를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이의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현실 속에서도, 평가는 ‘감정’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아이가 기분 상했어요.” 이 한마디는 이제 교사의 모든 교육적 권위를 무력화시키는 주문이 되었다.


심지어 아이가 집에 가서 거짓말로 투정을 부려도, 그것은 곧 사실이 되는 시대다. 공교육 현장에서는 더욱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는 이유로, “왜 우리 아이가 못 푸는 문제를 내서 창피하게 만드냐”고 학부모가 항의하고, 학교는 교사에게 사과를 종용한다. 교육의 본질인 ‘평가’와 ‘피드백’이 ‘감정적 학대’로 둔갑하는 순간, 교육은 붕괴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현재 초중고 학부모의 주축을 이루는 80~90년대생 어머니들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공주 대접’을 받으며, ‘딸바보 아빠’ 밑에서 자존감을 최우선으로 배우며 자란 세대. 그들은 자신이 받은 존중과 보호를 자녀에게 그대로 투사한다. 교사의 정당한 지적은 자신의 소중한 아이에 대한 인격적 모독으로 받아들여지고, 아이의 불편한 감정은 곧 교사의 책임이 된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19일 오후 01_26_40.png


하지만 그들은 정작 자신들의 이런 태도가 자녀의 자립성과 사회 적응에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그렇게 ‘무균실’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사회에 나와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쉽게 무너진다. 기업 현장에서는 신입사원의 어이없는 가치관에 대한 토로가 넘쳐나고, 심지어 “우리 아이 야근 많이 시키지 말라”고 부장에게 전화하는 부모까지 등장했다.


3. 전례 없는 세대, 그리고 나의 전략

ChatGPT Image 2025년 8월 18일 오후 06_14_23.png


혹자는 말한다.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는 한탄은 공자 시절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변화다. 과거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기준을 배우며 성장했지만, 지금의 세대는 사회가 자신들의 감정에 기준을 맞추기를 요구한다. 이것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붕괴하는 소리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18일 오후 06_33_08.png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나는 한 명의 사교육자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잘못되었다고 불평만 하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 현실을 직시하고, 나만의 생존 전략을 짜는 것이다. 아직 정답은 없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전직 교사’라는 타이틀만으로 사교육 시장에 진입해 터무니없는 저가 공세로 시장을 교란하는 문제까지 더해졌다. 연금이라는 안전망을 가진 그들의 ‘취미 생활’은, 나와 같이 사교육에 생계를 건 이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된다. 이 또한 규제 없는 이 바닥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교육의 본질을 지키는 것.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고민과 통찰을 나만의 언어로 기록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나누는 것. 그것이 나의 과제이자, 이 시대의 교사로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착한 정책’의 배신: 누가 청년의 이름을 훔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