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의 면접, 그리고 인력난이라는 거짓말

by Yong


스물네 번의 면접, 그리고 인력난이라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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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세달째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평일 새벽 시간대에 일할 두 번째 자리에도 나가게 되었다. 이 두 개의 일자리를 얻기까지, 나는 스물네 번이 넘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사장님들의 푸념과 달리,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 이 시장의 진짜 현실이다.


벌레 보듯 하던 그 표정, 그리고 뒤늦은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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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일전 , 한 부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이전 글에도 내용이 대충 있다. 아내분은 화성 전체 매출 1위 매장에서 주말 피크타임을 소화하는 나의 경력과 사교육을 하는 고학력 인력이라고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잠시 후 나타난 남편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는 손님이 있는 카운터 앞에서조차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벌레로 여기듯한 표정으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매출도 얼마 안 나오는 새벽에, 나이 든 남자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기색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 매장이 왜 장사가 안되는지를 직감했다.


그런데 어제 근무 하는 중, 그 아내분에게서 뒤늦은 문자가 왔다. 혹시 아직 새벽 알바를 구하지 않았으면 와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20일 가까이 지나고 그런 연락이 왔다는건 아마 그들이 선호했을 '어리고 젊은 대학생'이 금방 그만두었거나, 갑자기 펑크를 낸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이미 다른 곳을 구했기 때문에 그렇게 답했다. 그들이 악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버텨내야 하는 고단한 소상공인이라는 것을 알기에 씁쓸함이 더 컸다. 애초에 난 당시 면접때 그 남편의 표정을 보고서 그 아래에서 일할 자신은 없었다.


'사람이 없다'는 말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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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력난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사장님들 스스로가 만든 착각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젊은 대학생'을 선호하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대체할 알바 자리가 많기에 조금만 힘들면 금방 그만둔다. 반면 나처럼 절실함을 안고 장기적으로 버텨줄 수 있는 인력은 나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으로 외면한다. 결국 '사람이 없다'는 말은, '내가 원하는 조건의 편한 알바생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다.


손님으로 수십 년을 살아온 나는 안다. 편의점에서 중요한 것은 알바생의 외모나 나이가 아니다. 내가 찾는 물건이 제자리에 있고, 계산이 빠르고 정확하면 그만이다. 내가 일하는 매출 1위 매장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딱 한 명뿐이다. 그것도 가장 한가한 시간대에. 이곳의 진짜 힘은 베테랑 사장님과 수년간 자리를 지킨 매니저, 그리고 나와 같이 묵묵히 버티는 장기 근무자들에게서 나온다.


고생과 버팀의 시간, 그리고 나의 자리


나는 한 번도 부자로 살아본 적이 없다.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지긋지긋하지만 가난은 나의 삶 그 자체다. 15년 차 사교육자로서 버텨왔지만, 부모님의 빚을 되물림받은 현실은 나를 주말과 새벽의 편의점으로 이끌었다.

어린 시절, 여자로 오해받을 만큼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가늘고 긴 손은 여전하지만, 그 위에 노동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여성스러운 느낌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내가 일하는 주말 매장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저녁 피크타임에는 평균 200개의 냉장 물류가 쏟아지고, 나는 그것을 검수하고 진열하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임자들이 도망간 자리다, 하지만 힘들어도고마운 곳이다. 이틀 일하고 한 달에 평균 80만 원의 수입을 얻고, 무엇보다 다른 매장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경험을 쌓고 있다.


이런 곳에서 일하다 보니, 새로 구한 평일 새벽 매장에서 저녁 근무자가 2시간 전에 온 물류를 쌓아두고 퇴근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경험자였다면 헤맸을 테지만, 나는 익숙하게 그들이 남기고 간 이틀 치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야 내 새벽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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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말 자리는 9번의 탈락 끝에,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을 때 기적처럼 얻은 곳이다. 그리고 그 경험 덕분에, 15번의 도전 끝에 평일 새벽 자리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생활이 지금보다 많이 상황이 좋아진다면, 나도 이 자리를 미련 없이 떠날지 모른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편의점 알바는 대단한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한국 사회의 노동, 인력난, 그리고 개인의 생존이 모두 담겨 있다. 나는 그 한가운데서 작게나마 버티고 있고, 이 경험은 나의 기록이자 우리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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