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에는 벚꽃 로드가 있다.
벚꽃이 처음 피었을 때는 분명 흰색이었다.
며칠 전부터 햇빛에 조금 탄 건지 아니면 수줍음을 느끼는지 조금씩 분홍색으로 변해갔다.
차를 타고 하루에 두 번 길을 지나며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이내 내 머릿속에 있는 고민이 아직 만개가 되기도 전의 벚꽃을 전부 낙화시켰다.
그러던 오늘, 아침 일찍 일을 마치고 7번 국도를 타고 기성면으로 들어오며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사방을 살피는데 벚꽃 로드가 작은 길로 쭉 이어진 것을 보았다.
문득 벚꽃 로드의 그 끝이 궁금해졌다. 또, 나의 청춘처럼 찬란하지만 이내 져버릴 벚꽃이 아쉬워
먼지 묻은 자전거 안장을 닦았다. 올해 첫 라이딩이다.
벚꽃 로드는 약 8km가 이어져 있었다. 낙화하는 벚꽃들을 보며 천천히 달렸다.
마치 좋아하는 만화책의 마지막 권을 아주 천천히 보는 것처럼
그리고 언덕 너머 벚꽃 로드의 끝이 보였다.
자전거를 잠시 놓고 사진을 마구 찍었다.
언덕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나의 땀을 식혀주었고, 떨어지는 벚꽃을 흩날렸다.
내가 좋아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만화 영화 초속 5cm가 떠올랐다.
초속 5cm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이다.
영화에서 벚꽃이 초속 5cm로 떨어지는 건 아름다움의 덧없음, 혹은 사랑이 멀어지고 감정이 사라지는 속도 정도로 해석된다.
나는 초속 5cm로 떨어지는 벚꽃을 보고 내 청춘을 생각했다.
나뭇가지를 뚫고 찬란히 피어나 순백색을 띠다 화려한 분홍이 되고 막 나무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로 마실 나온 거였고 언덕을 보고 이제는 돌아가려 했지만,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고 땅에 떨어지고 있는 청춘을 조금이나마 더 날아오르게 만들고 싶어 언덕을 오르기로 했다.
언덕을 다 오르니 그곳에는 개나리가 피어있었다.
벚꽃 로드가 끝나도 내가 가보지 못한 멋진 길이 펼쳐져 있다.
언덕에서 다시 한번 낙화를 보며 되돌아갈지 고민했다.
결국 집 쪽으로의 내리막길이 아닌 반대쪽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길(월송정)을 지나,(아쉽게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ㅠ)
바다에 도착했다.
청년으로써의 마지막 벚꽃 구경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