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데워진 공기, 꿉꿉함 가득한 습기. 우리는 그런 불쾌함 가득한 여름의 사랑을 했지. 마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여름 아래서, 가끔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겨우 사랑을 이어줬어.
초여름처럼 싱그러운 빛을 내던 순간을 찰나였고
우리의 여름은 점점 숨막히게 갑갑해졌어. 언제부터
인가 매일 따가운 햇볕에서 벗어나 그늘 아래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 그렇지 않으면 빨갛게
익어버릴 거 같았거든.
땀에 젖어 끈적거리는 하루가 지겨워질 즈음, 느슨히 붙잡고 있던 손을 네가 먼저 떼어냈어. 그리고선 휙
돌아 홀로 걸어갔지. 너와 조금씩 멀어질 때마다
온 몸을 감싸던 더위와 습기가 사라져갔어. 공기는
점차 말라가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랑 흔들
었어. 드디어 우리에게 자유가 찾아온 거야.
그런데 너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초록잎이 빨갛게 물들고 물기 없이 말라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어. 그리곤 날카로운 공허함이 나를 훅하고
덮쳐와 마음에 큰 구멍을 뚫었어. 갑작스레 닥쳐온
공허감에 몸이 떨려왔어. 바닥에 나뒹구는 낙옆을
구멍에 쑤셔넣어도 소용없더라. 구멍을 손으로 꾹
막아도 자꾸만 빠져나갔어. 결국 포기하고 땅에 주저앉아버린 순간 깨달았어. 내게 찾아온 건 자유가
아니라 깊은 외로움이었다는 걸.
차가운 공기가 뼛속에 스며들고, 가을 냄새가 코 끝을 스쳐가. 분명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왜 나는
너와 함께 했던 여름으로 돌아가고 싶을까. 땀이
송골히 맺혀도, 강렬한 햇빛에 살갗이 다 타버려도
좋으니 너를 다시 만나고 싶어.
외로움이 만연한 계절에서 너를 계속 그리워해.